▲Luca Gili, ‘Blank’, pigment print, 58×87cm, 2011. ⓒLuca Gilli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현대사진작가 3인 그룹전 ‘이탈리아 노스탤지어(Italian Nostalgia)’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9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8주간 열린다.
한미사진미술관과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는 한국의 디지털 과도기 세대에 속하는 1960년대 이탈리아 작가 3인의 작업을 소개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묘하게 뒤섞인 1990년대에 한국 작가들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직감하며 새로운 현실과 사라지고 잊혀가는 것들 사이의 균열을 아날로그와 디지털 혼성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탈리아 사진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과도기 시기에 사진 매체를 가지고 어떤 작업들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다. 체사레 디 리보리오(Cesare Di Liborio), 마시밀리아노 카멜리니(Massimiliano Camellini) 그리고 루카 질리(Luca Gilli) 등 3인의 작업을 선보인다.
동년배의 한국 작가들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나선 것처럼, 이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사진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체사레 디 리보리오는 1993년에 바스코 아스콜리니(Vasco Ascolini)와의 만남을 계기로 아마추어 사진가에서 프로로 전향했고, 루카 질리는 1998년에 그래픽아트 스튜디오와 출판사를 설립하며 자신의 사진 작업을 본격화했고, 마시밀리아노 카멜리니는 1990년대부터 평소 관심을 두던 르포르타주를 중심으로 작업을 밀도 있게 진행했다.
▲Massimiliano Camellini, ‘6p.m., the workingtime is over’ 연작 중 ‘Leumann 9, Collegno’, digital print, 100×100cm, 2011. ⓒMassimiliano Camellini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 3인의 1990년대 후반 작업을 비롯하여 2000년대 이후 근작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체사레 디 리보리오는 1996년에서 1998년 사이에 촬영한 은염사진 시리즈 ‘Heracles's Pole’의 대표작 24점을, 마시밀리아노 카멜리니와 루카 질리는 가장 최근 작업한 연작 중 대표작들을 각각 17점, 26점씩 선보인다.
세 작가는 흥미롭게도 공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그곳에 담긴 흔적과 기억들에 대해 탐사한다. 또한 이들이 다루는 공간은 주로 폐허이거나 기억만 담긴 텅 빈 공간인 경우가 많다.
관객들은 세 작가의 사진 작품에서 과거의 것과 새로운 것을 동시에 경험한 세대가 한국을 넘어 이탈리아에서도 어느 세대보다 ‘노스탤지어’의 감성에 묶일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인의 의식 속에 내재한 지난 역사와 일상의 자취를 강력한 사진 언어로 보여주고 있는 이번 전시는 강력한 소통 매체이자 세계 공용어인 사진을 매개로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문화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