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내에 처음 수입된 GMO옥수수 (사진=연합뉴스)

GMO 표시 600개 중 1개 불과…제도 실효성 의문
시민단체 “안정성 못믿어…완전표시제 실시해야”
식품업계 “가격 상승 등 부작용 커…인식 개선 우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소비자시민모임 등 21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는 지난 6월부터 마트, 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594개 식품에 대해 GMO 표시 여부를 조사했다.

식품 종류별로 보면 ▲과자(55개) ▲두부(30개) ▲두유(50개) ▲라면 및 면류(93개) ▲시리얼(42개) ▲팝콘(20개) ▲스위트콘(6개) ▲건강기능식품(100개) ▲올리고당 및 물엿(23개) ▲빵(64개) ▲간장·된장·고추장(111개) 등이었다.

이 가운데 GMO표시가 된 제품은 시리얼 제품 단 1개였다. 나머지 593개 제품은 GMO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

이들 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GMO 미표시 제품이라고 해서, GMO 원료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GMO 표시 기준에는 예외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

농수산물품질관리법과 식품위생법 등에 따르면 GMO 원료가 함유된 제품은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변형OO포함식품’ 등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GMO 농산물을 사용한 제품이라도 ▲최종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 ▲GM 농산물을 주요원재료(정제수를 제외한 함량 5순위)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GMO 표기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GMO 원료를 소량 함유하거나, 최종 DNA 검출이 되지 않으면 GMO 표기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다.

조사 대상 제품은 대부분 대두와 옥수수 등의 원료가 쓰인다. 경실련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옥수수 소비량의 99.2%, 대두는 93.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수입 물량 가운데 GMO 옥수수는 92만톤(50%), GMO 대두는 73만톤(75%)에 달했다.

경실련 등은 이런 배경을 들어 GMO 미표시 제품에도 GMO 원료가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 박지후 간사는 4일 CNB와 통화에서 “제품별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에 GMO 원료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식품기업들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해당 제품에 GMO 원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GMO가 100% 안전한 원료라고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며 “GMO가 함유된 제품에는 GMO 완전 표시제를 실시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GMO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 성분의 잔류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모두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를 하도록 하는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지난해 5월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는 앞으로 국회 입법 청원 등을 통해,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주장할 계획이다.
 
반면 식품업계는 GMO 완전표시제 실시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GMO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표시제를 실시하면 오히려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날 CNB에 “GMO 표기 제품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면 업체는 GMO가 함유되지 않은 비싼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GMO가 없는)국산콩으로 식용유를 만들면 1병에 10만원으로 가격이 급등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의 생산 과정 뿐만 아니라 가공 및 제조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소량의 GMO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경우까지 GMO 표기를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