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고문단과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말까지 선수별 모임을 비롯해 당내 그룹별로 릴레이 회의를 열어 비대위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하는 등 물밑 힘겨루기에 들어간 계파별 이해를 수렴하고 비대위라는 그릇에 담아내면서 ‘진공상태’가 된 당을 재정비할 임무에 돌입했다.
특히 현재 가장 핵심쟁점은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와 비대위의 성격 및 활동 기간, 전당대회 시기 등으로, 비대위원장직과 관련, 지도부 총사퇴로 유일하게 남은 선출직인 박 원내대표가 맡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있지만 정기국회를 함께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제3의 인물’로는 김부겸 전 의원 카드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비대위의 성격·권한과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 ‘관리형’으로 임시지도부인 비대위의 활동기한을 최소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혁신·개편은 전대에서 뽑히는 새 지도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혁신형 비대위’를 통해 쇄신작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당초 임기였던 내년 3월을 즈음해 정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들이 서로 맞물려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친노 한 핵심의원은 “최대한 빨리 전대를 열어 야당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486인사인 이인영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나와 “조기 전대 논의가 본격화되면 자칫 소모적 정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조기전대론을 반대했다.
또한 우원식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교통방송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해 “비대위 체제가 너무 길어져도 당이 정상화되지 않는데, 정기국회 중간에 당내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12월말∼내년 1월초 전대를 열자는 의견을 냈다.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는 해묵은 계파정치의 폐해를 혁파해야 할 제1과제로 꼽는 목소리가 많지만, 지역위원장 선출 및 전대 룰, 차기 지도체제 등 ‘뜨거운 감자’ 같은 현안들이 비대위의 손에 달려 있는 탓에 정작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인선 과정에서부터 계파간 힘겨루기가 예상돼 ‘계파해소’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천정배 전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보선 실패와 당이 수년간 무기력증에 시달려온 기저에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한 계파 패거리정치’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근본적 시스템 혁신을 요구하면서 “계파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대에서 전당원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조경태 전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당이 계파적, 당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국민 뜻을 잘 읽지 못했다”며 “당을 살리려면 그야말로 ‘파괴적 창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새정치연합의 미래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상처를 덜 받은 문재인 그리고 박원순 그리고 새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영선, 이 세 분의 앞으로의 정치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를 이분들에게 한번 맡겨보자,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분들에 대한 기대를 해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재보선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이 선거에서 차가운 민심만 확인한 채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당 안팎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론과 고언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이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된 전략도, 당을 잘 이끌어갈 리더십도 실종됐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 전문가들은 이후 당의 방향에 대해서도 “비상대책위원회, 전당대회 등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바꿔내지 않으면 같은 난관에 다시 부딪힐 것”이라며 “발전적 해체까지 검토할 만큼 결연한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땜질처방’이 아닌 ‘극약처방’을 감수하라는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