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들은 티브로드 뿐만 아니라 SK 브로드밴드, LG U+ 등 다른 회사 고객 유치도 동시에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케이블방송사인 태광그룹 티브로드의 일부 외주업체 직원들이 티브로드로부터 받은 고객정보를 이용, 티브로드 고객을 다른 경쟁사로 넘기는데 활용해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고객정보는 손쉽게 접근이 가능해 케이블방송업계 전반에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나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주업체의 텔레마케팅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CNB=신상호 기자)

티브로드 외주업체, ‘티브로드 고객’ 경쟁사에 넘겨
고객유치 1건 당 성과급 티브로드보다 두배 높아
허술한 관리 도마 위…텔레마케팅 시스템 손봐야

티브로드가 가입자를 확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티브로드 본사 콜센터를 통해 고객유치를 하거나 별도 계약을 맺은 외주업체(영업점)를 활용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티브로드는 외주업체에 고객의 전화번호, 주소, 가입상품 등 고객정보를 주면서 영업에 활용토록 해왔다.

외주업체는 티브로드 뿐 아니라 다른 케이블회사들과도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로 ‘D정보’, ‘P정보통신’ 등은 온라인상에서 티브로드 뿐만 아니라 C&M, 헬로TV 등 다른 케이블방송사들과도 고객유치업무 계약을 맺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주업체들이 티브로드가 준 고객정보를 타사 영업에도 활용했다.

티브로드 협력업체에 근무했던 A씨는 CNB에 “(티브로드로부터 받은) 고객 정보 관리가 허술해, 누구나 고객정보가 저장된 컴퓨터에 접근이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하드 디스크를 따로 떼내 다른 컴퓨터에 연결시키면 고객 정보의 복제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보안장치가 허술해 직원 누구나 컴퓨터에 저장된 고객정보를 갖고 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행위는 티브로드가 올해 초 고객정보에 대한 접근제한 조치를 강화하기 전까지 계속돼 왔다.

이처럼 손쉽게 고객정보를 빼돌린 협력업체 직원들은 해당 정보를 티브로드 뿐 아니라 다른 케이블 방송사의 가입을 권유하는데도 사용했다. 주로 티브로드 가입 기간이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고객에게 전화해 다른 케이블 회사의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졌다.

티브로드의 고객정보를 이용해 다른 케이블사 영업을 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는 정해진 목적에 의해 정보제공을 받은 자가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활용할 수 없게 돼 있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을 어긴 것이다.   

A씨는 “영업직원들이 실적 압박을 받다보니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티브로드, 외주업체에 뒤통수 맞아

이처럼 외주업체 직원들이 티브로드 고객정보를 경쟁사 영업에 활용한 이유는 성과급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티브로드의 1가구 유치 성과급은 최대 24만원인 반면 SK브로드밴드나 myLGtv 등 대기업의 유치 성과급은 1가구당 평균 50만원이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관계자는 “(티브로드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외주업체를 활용하고 있지만, 외주업체 입장에서는 성과급이 더 많은 다른 회사의 영업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티브로드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파업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도 개인정보 관리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감독기관에 조사를 요청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브로드 본사 관계자는 2일 CNB와의 통화에서 “정보 보안 프로그램이 강화되기 전에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 같다”며 “직원 개인이 이미 확보한 고객정보라면 그것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향후 조사를 통해 고객정보 무단 사용 사실이 적발되면 법적 조치 등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며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보안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티브로드가 계약시 제공하는 고객정보수집 동의서 (사진=참여연대)

"정보공유 사실 고객에 미리 알려야"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케이블업계의 텔레마케팅 시스템 전반에 대해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티브로드의 고객정보에 외주업체 직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정보 관리의 구멍을 드러낸 것 뿐 아니라 케이블업계의 과도한 경쟁 구도가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티브로드의 경우, 외주업체를 자주 바꾸고 있어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CNB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안산에 사는 이모 씨는 지난달 4일 티브로드 영업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현재 이용하는 아날로그 상품을 디지털로 바꾸도록 권유하는 전화였다. 그 직원은 전화번호는 물론 이씨의 집에 TV가 2대 설치돼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이씨가 어디 영업점이고,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느냐고 따지자 해당 직원은 “용인 지역에 있는 영업 업체”라며 “티브로드에서 고객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답했다. 이 씨의 추궁이 계속되자 이 직원은 “고객 전화번호를 삭제하겠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해당 업체는 이씨가 티브로드와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에 없던 업체였다. 이 업체는 지난 5월부터 티브로드와 계약을 맺고 가입자 유치 영업을 하고 있다.

이씨는 2일 CNB와 통화에서 “계약 당시 나는 해당 업체에 정보를 제공하라고 동의한 적이  없다”며 “티브로드에서 수시로 협력업체를 바꾸고 있는데 무분별한 정보 유출로 인해 내가 피해를 입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불법인가는 논란거리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정보관리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때는 이를 반드시 당사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인터넷 등을 통해 공지만 하면 된다.

쟁점은 케이블방송사의 고객마케팅(영업행위)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 포함되느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원칙적으로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윤철한 팀장은 2일 CNB와 통화에서 “영업행위는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항목이 아니다”며 “영업 관련 개인정보 공유업체가 추가되면 반드시 고객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택배업체에서 배송을 위해 고객주소를 공유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조치지만 케이블사의 마케팅 등 영업 행위는 TV시청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사항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업체 변경 때마다 고객에게 동의를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체크해서 향후 마케팅 전화를 하지 않는 등 불편을 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