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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홈플러스·씨티은행…외국계기업 ‘국부(國富)유출’ 논란

[심층취재] 로열티·자문료 등 수법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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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신상호기자 |  2014.06.26 17:48:13

▲홈플러스 점포(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회사를 통해 큰 이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브랜드 로열티 인상과 부품단가 낮춰 수입하기, 본사 자문료 올리기 등 이윤을 얻는 방법도 다양했다. 일부는 탈세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제도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CNB=신상호 기자)

홈플러스, 수익 반토막 불구 ‘영국 본사 로열티’ 급증
씨티은행, 경영자문료 명목 10년간 1조원대 해외송금

GM, 국내 생산량 줄었지만 미국 본사는 ‘승승장구’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와 로열티 비율을 대폭 인상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 비율은 총매출의 0.8%다. 계약 갱신 이전에는 0.05%였다. 16배 가량 급등한 것이다.

새로운 계약에 따라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만 모두 616억원의 로열티를 영국 테스코에 지급했다. 지난해 홈플러스 영업이익(2509억)의 4분의 1이 넘는 돈을 테스코가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홈플러스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기업 수익성의 지표인 영업 이익률이 급감했고, 매출 증가율도 제자리 걸음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 홈플러스 베이커리 등 3개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3.25%(2980억원)으로 2011년 영업이익률 5.8%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테스코의 투자금 회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홈플러스 차입금은 대부분 테스코가 지원한 투자금으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가 회사채를 발행하면 테스코가 회사채를 사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알짜 수익을 내고 있는 부천 상동과 수원 영통, 인천 작전, 대구 칠곡 점포를 매각했다. 앞서 2012년에는 영틍포와 서울 금천, 동수원, 부산 센텀시티점을 팔았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다.

이 같은 현상은 영국 테스코사의 경영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해 10월 테스코에 대한 신용 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영국 테스코가 자회사인 홈플러스에 대한 자금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본점(사진: CNB포토뱅크)

정체불명 ‘MR계정’ 손봐야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용역비로 통칭되는 MR계정을 통해 외국 본사로 막대한 자금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씨티은행은 수익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라,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MR(Management Reallocation)’은 글로벌 기업이 개별 자회사에게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자금을 통칭하는 회계 계정을 이른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0년간 1조원 이상의 자금을 MR계정을 통해 본사 시티은행에 송금했으며, SC제일은행도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730억원을 본사로 보냈다.

CNB는 씨티은행 노조의 도움을 받아 이 같은 사실을 지난 3월14일 단독보도(시티은행 1조원 이상 국부유출…‘MR계정’의 비밀)했었다.

씨티은행 김경호 노조정책국장은 26일 CNB와의 통화에서 “씨티은행 본사는 MR계정을 통해 받은 자본을 수익률이 높은 인도나 중국에 투자하거나, 본사의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씨티은행 본사의 경영방침인 해외자본 재배치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MR계정에 대해서는 현재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노조는 노조대로 구체적 거래 내역이 확인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한국GM, 완성차 생산 비중 늘려야


한편 한국GM은 홈플러스나 외국계은행들과 사정은 다르지만, 미국 본사의 이익 증대를 위해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국GM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2.61%에서 2011년 1.43%로 반토막 났다. 산업계에서는 한국GM의 완성차 판매 비중이 떨어지고, 조립형반제품(CKD) 수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불완전한 수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익률 하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의 전체 수출 가운데 조립형반제품의 수출 비중은 2007년 49.7%에서 2013년 65%로 확대됐다.


하지만 조립형 반제품 수출에 따른 영업 이익률은 대폭 하락했다. 조립형 반제품 수출의 영업 이익률은 2007년 3.8%에서 2011년 0.8%로 떨어졌다.


부품 생산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완성차 생산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올해 군산 공장의 생산량은 70%대로 전년에 비해 20% 가량 낮아졌다. 크루즈 후속 모델의 경우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공장의 완성차 비중이 줄고 있는데다 신차 생산마저 제외되는 상황으로 볼 때, 향후 미국 본사가 한국GM의 역할을 상당 규모 축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수출로 가야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한국 GM의 경우 부품 수출 비중이 느는 등 ‘제 살 깎아먹기’식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GM 측은 국내 공장의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유럽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른 경영적 판단일 뿐, 미국 본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철저한 독립경영이 보장된 한국GM이 미국GM의 이익을 위해 완성차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체적인 경영판단에 따른 것으로 국부(國富) 유출과는 전혀 상관없다”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자회사를 통해 ‘곶감 빼먹듯’ 수익을 가져가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외국 모회사로의 국내 자본 유출→국내 자회사 수익악화→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참여연대 장흥배 경제조세팀장은 CNB와 통화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는 것은 국가경제로 볼 때는 바람직한 측면이 크지만, (외국 본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 의혹 등 부정적인 경향이 많이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 수익을 위해 국내 자회사들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해외로 자본 유출이 되는 것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감독 규정도 다시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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