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4.06.24 15:31:54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해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에 내정되었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그동안 ‘친일 사관’ 논란에 휩싸여 오다 내정된 지 14일 만인 24일 오전 오전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끝내 자진사퇴하면서 내뱉은 사퇴의 변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10여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자는 말에 동감해 총리 후보자를 수락했다”고 밝히는 등 비교적 자세하게 후보자로서 느낀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나라가 극심한 대립과 분열에 빠져들었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 우려돼 사퇴가 불가피했다”며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는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 들일 수 있는 분도 그 분이시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 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고 사퇴결심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또한 문 후보자는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 후보자의 낙마는 안대희 전 대법관에 연이은 중도하차이며,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김용준 전 헌재소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3번째이다.
문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기로 한 것은 과거의 발언과 글로 인해 ‘친일 논란’에 휘말린 뒤 억울함을 호소해오다가 최근 자신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여론이 일부 움직인 데다 국가보훈처가 자신을 애국지사의 손자로 추정된다고 확인함에 따라 다소간 명예회복이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문 후보자가 더 이상의 ‘버티기’가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자를 둘러싼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안 전 후보자에 이어 총리 후보자 2명이 연쇄 낙마하는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지면서 세월호 참사 후 국정을 수습하려던 박 대통령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됐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60일 가까이 이어진 ‘총리 부재’가 더욱 장기화되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지 우려된다.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책임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문 후보자는 후보직을 유지하는 동안 정치권과 언론이 자신에 대해 비판과 사퇴 압박을 가한데 대해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인데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며 “그 청문회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라고 지적했하는 등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문 후보자는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냐”라며 정치권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는 자신의 ‘친정격’인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인데 발언 몇 구절을 따내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이라며 “그것이 전체의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