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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의 빛을 되돌린 여신, 세오녀

[경북의 여성인물]① 신라의 여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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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희정기자 |  2014.05.01 18:04:55

경상북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여성인물과 관련된 기록이 풍부한 편이다.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여왕, 여신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반가 여성, 평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 여성들의 삶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신라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경북의 여성인물들은 여성에게 녹록치 않았던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의 한 축을 담당하며 당당히 제 몫을 다해왔다.

당시 여성리더로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경북의 여성인물들이 어떻게 삶을 선택하고 일구어 나갔는지를 되새겨보면서 현재에 적용할 수 있다.

경북도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 발간한 ‘여행(女行)을 여행(旅行)하다’를 통해 경북 여성인물의 발자취와 흔적을 따라가며 역사 속의 그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포항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있는 연오랑세오녀상.(사진/김락현 기자)

◆세오녀 설화에 담긴 의미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선도성모, 운제성모, 치술신모 등의 산신을 비롯해 많은 여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도 신라에 해와 달의 빛을 되살려 준 세오녀에 대한 설화는 무척이나 신비롭다. 다음은 삼국유사 기이편 연오랑세오녀조에 나오는 일본의 왕이 된 부부의 이야기이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阿達羅王) 4년 때, 동해안에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남편 연오랑이 바다로 가서 해초를 캐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위 하나가 와서 연오랑을 업고 일본으로 갔다. 그러자 이를 본 그 나라 사람들이 ‘이 사람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고 하며 연오랑을 왕으로 삼았다. 하지만 일본제기(日本帝記)를 살펴보면, 이 무렵 신라 사람으로 왕이 된 사람은 없었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연오랑은 변방 작은 고을의 왕이지, 진짜 왕은 아닐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세오녀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 바위 위에는 남편이 벗어놓은 신발이 있었다. 세오녀는바위 위로 올라갔고, 바위는 연오랑에게 온 것처럼 움직여 연오랑이 있는 곳으로 세오녀를 데려다 줬다. 연오랑과 다시 만난 세오녀는 귀비(貴妃)가 됐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는 괴변이 생겨났다. 점성가는 해와 달의 정기가 우리나라에 와 있다가 지금은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이러한 변괴가 생겨났다고 했다.

신라에 해와 달의 빛이 없어지자 신라의 왕은 일본으로 사신을 보내 두 사람이 신라로 돌아올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둘은 그곳에 간 것은 하늘의 뜻이니 돌아갈 수 없다고 하고, 세오녀가 짠 비단을 주며 그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사신은 이 말을 왕에게 전했고, 왕은 그 말대로 비단으로 제사를 드렸다. 그러자 해와 달의 광채가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왔다. 이때 하늘에 제사 지내던 곳을 영일현(迎日縣) 혹은 도기야(都祈野) 라고 한다.⌟

세오녀와 연오랑이 신적 존재임은 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자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데서 드러난다. 세오녀의 남편인 연오랑은 해의 정령이며, 세오녀는 달의 정령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세오녀는 달을 관장하는 신적 존재로서 인간을 도와주고, 그녀가 짜서 건네준 비단은 성스러운 제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해와 달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일월사당.(사진/김락현 기자)

이 설화에서 달의 정령인 세오녀는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 그녀가 짠 비단은 해와 달을 원래의 조화로운 상태로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달의 정령인 세오녀가 짠 비단은 여성의 힘과 달의 힘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냈더니 해와 달의 빛이 이전 상태로 되돌아왔다는 것은 규칙적인 우주의 리듬을 회복하고, 그로 인해 모든 생활이 질서 있는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모습을 나타내 비단을 짜서 어둠을 극복하고 새로운 빛과 질서를 탄생시키도록 도와주는 세오녀에게는 이처럼 달이 함의하고 있는 재생과 율동성, 시간과 운명의 지배, 풍요와 다산의 의미가 고스란히 덧씌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오녀 유적 및 탐방지

경북 포항시 남구에는 연오랑과 세오녀와 관련한 탐방지가 곳곳에 남아 있다.

동해면 도구리 동해초등학교 옆에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를 바탕으로 현재의 자리에 복원한 일월사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 천지신명(해와 달) 지역주민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일월신제를 올리고 있다.

오천읍 용덕리(해병대 제9227 부대 내)에 있는 일월지(경상북도 기념물 제120호)는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연못이다.

신라시대부터 일제 침략 전까지 이 부근에는 해와 달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있어 매년 제사를 지냈는데 일제강점기에 철거됐다.

▲일월사당의 전경.(사진/김락현 기자)

신라시대에는 왕실에서, 고려·조선시대에는 영일현감이 제사를 지냈으며, 그 뒤로도 이 못의 물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일월지 앞 둑 중앙에 있는 일월지사적비 역시 일제강점기에 철거됐다가 1992년 영일문화원이 현재의 자리에 새로 건립했다.

일월지는 일월사당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포항 해병부대 내에 있다. 견학을 하려면 사단의 민사참모실(054-290-3181~3)에 미리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보면 대보리의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는 연오랑세오녀상을 만날 수 있다. 높이 8m의 청동 조각상으로 두 사람이 정답게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다. 조각상 좌대는 두 사람을 일본에 싣고 간 바위를, 바닥 조형물은 영일만과 동해의 물결을 의미한다.

원형의 둥근 조형물은 해와 달을 상징하며 원형 조형물 중앙의 검은 부분은 일본에 전파한 선진문물인 비단을 의미한다고 한다.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를 담은 테마파크 조성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 11월 동해면 임곡리에서 기관단체장과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지역 3대 문화권사업의 하나인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기공식을 가졌다.

시는 2017년까지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8만2천637㎡) 조성사업, 일월 테마파크(2만3천284㎡) 조성사업, 두 공원을 연결하는 약 10㎞ 정도의 테마가도 조성사업과 동해면 임곡리에서 흥환리 간 해안길 5㎞ 조성사업 등 3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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