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스위스)=김정민기자>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오랜 기간 구상해 왔던 ‘과학 비즈니스 도시 건설 계획’의 윤곽을 공개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를 첫 방문, 클라우스 슈바브 다보스포럼 총재와 만나 유럽 국가들의 노사ㆍ복지정책 등의 의견을 교환했다.
한편 지난 1월 이 전 시장이 세계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다보스 포럼’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이 전 시장은 과거 현대그룹 CEO 시절 친분을 맺어온 세계 경제계 인맥들과 돈독한 우애를 과시하며 어디를 가나 “longtime no see(오랜만이다)" 라면서 포옹인사를 건네는 세계 인사들과 만나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
특히 청계천 복원과 교통지옥으로 불리던 서울시의 교통개혁 등 이 시장의 업적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도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 시장은 포럼이 열리는 기간 내내 통역 없이 자유스럽게 회견에 참가, 기자들을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대하면서 세계 속에 서울시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단일 장치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속기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를 탐방, 이 자리에서 ‘과학 비즈니스 도시 건설 계획’의 큰 밑그림을 소개했다.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와 더불어 대표적인 신한국 건설 프로젝트인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가 바로 그 것.
■ ‘과학신도시, 피 생산 심장’ ‘내륙운하, 피 도는 혈관’ 국가경쟁력 두 축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기초 과학 기반을 확대하고 친환경·저비용·반영구적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과학 비즈니스 신도시 건설이 절실하다는 판단하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시장은 “지금까지 응용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은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제 성장의 동력을 기초 과학으로까지 확대해야 할 때가 왔다”며, “과학 신도시가 피를 생산하는 심장이라면 내륙 운하는 그 피가 도는 혈관으로 삼아 국가 경쟁력 발전의 새로운 축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시장은 “과학 비즈니스 신도시 계획은 기존의 기업도시, 혁신도시, 자유무역도시 등 개발예정지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학 비즈니스 신도시는 한국의 지난 10년간의 정체를 돌파해 낼 성장의 신형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비즈니스 도시가 구축될 경우 ▲환경 문제에 저촉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개발, 연간 수조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나노보다 미세한 펨토시대를 개척, 물질의 본질에 보다 가깝게 접근함으로써 기초과학 발달부터 산업 생산력 증가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며 ▲‘창조적 네트워크’로 예술과 과학,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지는 21세기형의 새로운 도시 모델을 창출하게 된다.
■ 과학신도시, 한국 10년간 정체 돌파할 신형엔진 될것
가속기는 핵을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해 서로 충돌시킴으로써 극미한 물질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종의 내시경 같은 장치이다. 가속기는 생명공학·화학·물리학 등 기초 과학 모든 분야 발전에 필요할 뿐 아니라 반도체·신소재 개발 등의 응용에도 필요하다. 가속기의 대표적인 생산물로는 암 치료에 이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들 수 있다.
현재 유럽국가들은 독일의 GSI, 프랑스의 GANIL과 같이 나라별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합작으로 스위스 CERN에 세계 최대 크기의 가속기를 건설하고 있고, 일본도 수백억 내지 수조원 규모의 연구용 가속기만 155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포항공대에 방사성 가속기 1대만이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시장은 “과학비즈니스 도시가 건설되면 과학자 3,000여명이 연구소에서 근무, 또 하나의 세계지식 보급 창고가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가속기 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타당성 검토 및 개념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