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최초로 스트리밍 3억회를 돌파하고, OST 수록곡 ‘골든(Golden)’이 미국과 영국 음원 차트에서 여러 주 동안 1위에 올라 사랑을 받고 있다. 메기 강 감독, ‘골든’의 작곡가 겸 가수인 이재가 한국을 찾아 팬들을 만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는 국내 음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니뮤직과 벅스뮤직 등 국내 음원 차트에서 수록곡들이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핫트랙스에서는 OST 음반 씨디를 위한 특별 코너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유통 기업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인 에버랜드에서 테마존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편의점 GS25는 콜라보 상품을 선보여 판매하고 있다. 협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농심은 라면, SPC그룹 파리바게트는 케이크와 쿠키 등 협업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K-콘텐츠라는 하나의 현상을 유통업계에서 함께 소비하며 확장시키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이며 헌터로 악령을 물리치는 헌트릭스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루미, 미라, 조이는 가수로 활동하며 방어막인 혼문을 완성해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헌트릭스 앞에 데몬의 편으로 그려지는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나타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국 문화도 더 관심을 받고 있다. 호랑이와 까치, 한복, 갓, 컵라면, 태권도 등 한국적인 문화 요소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스카이, 남산타워, 북촌 한옥마을, 청담대교와 자양역 등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다. 등장 인물들이 대사를 하며 스토리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K팝과 대한민국, 한반도의 철학적, 역사적 배경보다는 시적 상징이 보다 앞서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가 처음은 아니다. 강수연 배우의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부터 문소리, 전도연 배우, 소프라노 조수미, 임권택, 박찬욱, 홍상수 감독이 K-콘텐츠에 대한 해외 팬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싸이,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그룹의 세계적인 열풍이 그 혼문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변방에 있던 한국 문화를 서구 주류에서도 통하는 존재로 만들기도 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명제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비빔밥 문화라는 명명에서 세계는 어쩌면 큐어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 한약, 동양의 처방전 같은 K-콘텐츠의 힘은 유교와 도교, 불교적인 세계 속에서 가톨릭과 기독교가 대립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융합 또는 공생의 문화 속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그릇에 쌀밥 또는 잡곡밥을 여러 가지 나물, 달걀, 고추장과 함께 넣고 비벼 먹는 오래된 비건 식단인 비빔밥은 한국적인 것이 식물적이며, 그래서 부드럽고 약하면서 강하다고 말하지 않을까. 동물적인 것보다 오래 지속되는 현명함을 품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랑, 연민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또 다른 스테이지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한국의 문화가 설득력을 갖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이런 흐름 앞에서 흐뭇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것은 염화미소나 똘레랑스, 예수님의 나눔과 자기희생의 정신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않을까.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