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 침체로 SOC사업 기대감 커져
‘AI 강국’ 필수 전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사들, 수천억대 신축공사 수주 나서
전자파·열방출 따른 주민민원 최대 난제
공사비 상승과 지방 미분양 아파트 누적 등으로 주택사업이 침체되자, 건설사들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SOC로 규정, 국가전략기술시설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인한 인허가 지연 등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CNB뉴스가 ‘동전의 양면’ 같은 데이터센터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74.3으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CBSI는 건설업계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수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건설업계는 건설수주, 건설기성 등 주요 지표들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주택사업보다 안전한 정부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 업계는 내년 경제성장률 1.8% 달성을 위해서는 30조원 이상의 사회간접자본(SOC)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내년 SOC 예산을 전년 대비 2조원(약 8%) 증액한 27조 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건설업계가 요구해온 30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업계는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한건설협회는 “공사비 급등, PF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국가 SOC로 규정,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눈에 띈다.
이재명 정부는 전 세계에 몰아닥친 AI 열풍을 ‘눈 깜빡할 새 페이지가 넘어가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비유했다. AI 산업이 정부 계획대로 성장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물리적 공간, 즉 ‘AI 데이터센터’가 필수다.
한국이 과거 산업화 시대에 물류와 인적 이동을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안정적이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AI 고속도로를 세우는 것. ‘AI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이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AI 고속도로는 AI 데이터센터로 대변되는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첫째 조건으로 이에 AI 데이터센터를 SOC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국정기획위원회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거론됐다. 이재명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국가 SOC로 규정하고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향후 몇 년 간 규모 면에서 가파른 확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2023년 40개(540MW)에서 2027년 74개(1850MW)로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업계 돌파구 마련…난제도 수두룩
이런 흐름에 대형 건설사들은 발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우선,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KT 강남 IDC를 시작으로 신한금융, 카카오, 삼성SDS 등과 협업하며 11개의 데이터센터를 준공했고 현재도 2개소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국내 대형 통신사와 함께 경기 북부 지역에 100MW(메가와트)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냉각 시스템과 태양광 전력을 결합한 ‘RE100 기반 데이터센터’로 향후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을 주요 수요처로 확보할 계획이며 건축, 기계, 전력, 스마트시티 운영 노하우를 통합해 데이터센터 전주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월 8074억원 규모의 안산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또한 2025년까지 인천 송도에 약 70MW 규모의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 뉴욕에 현지 AI데이터센터 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또한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설계-시공-운영 일괄 수주’(EPC+O&M)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엔비디아(NVIDIA)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과도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2024년 충북 청주에서 클라우드 기업과 협업해 착공한 AI데이터센터 단지에 ‘초고밀도 HPC(고성능 컴퓨팅) 설비’를 도입, 고성능 AI연산을 지원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수쇼연료전지 기반 친환경 전력 공급 시스템도 함께 적용되며, 향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특화 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GS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디벨로퍼 시장에 진출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할 장벽도 존재한다. 데이터센터는 최대 수만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보니 이로 인한 전자파와 열 방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반대로 인한 인허가 지연, 전력 수급 불균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냉각 시스템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나 열섬현상, 대량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 위험에 대한 불안감 또한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원활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주민갈등으로 사업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제도개선과 함께 전력 수급 균형 확보, 연계 인프라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