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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희대 대법원이 李대통령 이길 묘책 있다는데… '公’ 자의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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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기자 |  2025.09.19 13:21:52

지난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선서식에서 이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대 박구용 철학 교수는 17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이런 요지로 얘기를 했습니다. “국무회의 내용까지 생방송으로 공개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이기기 힘들다. 칸트가 말했다. ‘공개돼야 공공(公共)’이라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을 이기려면 전국 법원장 회의 같은 공적인 대화를 이 대통령처럼 생방송으로 공개하고, 그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더’ 수긍한다면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고.

최근 이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결 중이라고 보도하는 언론 기사가 많습니다. 행정권을 쥔 대통령이 이길지, 아니면 어느 시비가 발생한 중요 사안에 대해 최종 심판권을 갖는 대법원장이 이길지 흥미진진합니다.

 

앞으로 사법 개혁, 또는 내란전담재판부(속칭 '내란특판') 신설을 앞두고 이 같은 대립은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공적인 내용이라면 공개해서 설득력을 갖춰라”는 게 박 교수의 주문입니다. 더 ‘공(公)’적인 쪽이 이긴다는 겁니다.

 

그래서 公 자의 생성 원리와 유래에 대해 AI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놀라운 대답이 나오더군요.

동서양을 관통하는 公의 생성 원리

公 자의 윗 부분, 즉 八(여덟 팔) 부분은 ‘나누는 모양’이랍니다. 그리고 아래쪽의 厶(마늘 모)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보입니다. 하나는 입 모양을 형상화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팔을 구부려 감싸는 모습의 형상화라고도 합니다.

필자에게 확 끌리는 것은 厶가 입 모양이라는 해석니다. ‘입(口)을 열다(八)’가 ‘공변할 공(公)’이 되었다는 해석인데, 이는 유명한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 그대로입니다.

 

옛 한자, 즉 갑골문의 公(공) 자와 금문의 私(사) 자의 생성 원리. 말을 나누느냐(공) 또는 벼를 혼자 가져가느냐(사)를 각각 상형했다고 한다. (그래픽=최영태 기자)


아렌트는 히틀러 전체주의를 다룬 자신의 저서에서 ‘사적인 이익만 추구해도 되는 집에서의 생활(economy)과, 공적인 광장(아고라)에서 자신의 의견을 남이 들으라고 입을 열어 말하는 정치(politics)는 완전히 다른 것이며, 인간 삶의 핵심은 정치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유대인인 아렌트는 유대인의 대량 학살(홀로코스트)이 일어난 근원에 대해 ‘유대인들은 이코노미에만 집중했지 정치를 하지 않아, 즉 공적인 광장에 나서 입을 열고(公)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백 만이 제 발로 가스실로 걸어들어가 죽었다’고 논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입을 여느냐 안 여느냐가 한 민족의 생사를 가른다고 하니, 놀라운 지적입니다.

公 자의 아랫부분 厶을 ‘팔을 구부려 감싸는 모양’이라는 해석은, 公자의 반댓말인 사(私) 자의 해석과 쌍을 이룹니다. 사 자에서 禾(벼 화) 부분은 벼를 뜻합니다. ‘이 볏단은 내 것’이라며 팔을 구부려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게 私(사사로울 사)이고, 볏단(禾)을 쪼개서 나눠갖는(八) 게 公이란 해석이지요.

 

공과 사에 대한 아렌트의 해석


아렌트의 해석을 적용하자면 私 자는 ‘이익만 챙기면 됨’이고, 公 자는 ‘서로 의견이 다르니 공론장에 나가 합치점을 찾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즘 ‘유튜브 생방송’ 시대에는 이렇게 풀이해도 될 듯 하네요.
私 = 비공개로 회의해 사사롭게 만들 사
vs
公 = 생중계로 보여줘 공공성을 강화할 공
이라고요.

 

지난해 12월 29일 방송된 EBS TV '골라듄다큐'의 한 장면.


미국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소시지 공장과 정책 결정 과정은 안 보는 게 낫다. 보고는 못 받아 먹는다”는.

온갖 이상한 재료와, 이상한 이해관계를 갈아 넣는 소시지 제조 과정과 정책 흥정 과정은 모르는 게 낫다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만약, 두 소시지(또는 정책) 공장이 있는데 A 공장은 이런 저런 재료를 넣는 장면을 생중계로 공개하고, B 공장은 최종 완제품만 내놓으면서 "좋은 재료만 썼으니 잡숴봐"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느 제품을 고르겠습니까?

저는 당연히 A공장입니다. 알고 먹는 게 낫잖아요. 모르고 받아먹는 것보다는.

 

바야흐로 세계 최초라는 이 대통령의 ‘소통王’적인 측면, 즉 과감하게 생중계해버리는 용기와 자신감은 국민에게 설득력을 높입니다.

 

관세 협상이든 뭐든, 공개 가능한 한도 안에서는 공개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 있다면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힘을 합쳐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과정을 보여주는 '열린 주방'의 믿음직함


반대로 과거처럼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위안부 합의나, 사드 배치 합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등이 타결되면, 그 뒤에는 '어느 한쪽 측면만을 강조해 보여주는' 언론의 프레임 싸움 탓에 나라 여론이 갈기갈기 찢깁니다.

 

'세계 최초'라는 국무회의 생중계 사실을 보도한 지난 7월 29일 SBS TV의 뉴스 화면. 


이제 국민주권 정부의 ‘公(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정책의 ‘속살’까지 알게 됐습니다. 그만큼 공감의 여지가 커졌고, 언론들의 프레임 장난질에 시달릴 확률도 줄어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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