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상 받은 건축가 4인의 희귀도서 전시
건축작품을 사진·도면으로 기록한 한정판 도서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정신 담겨
현대건축 역사 한눈에…세계적 랜드마크 일화도
‘K-팝’부터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류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면서, 문화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문학에 이르기까지 이제 ‘K 콘텐츠’는 세계인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에 CNB뉴스가 ‘아트’에 푹 빠진 기업들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현대카드가 마련한 세계적 건축거장들의 희귀도서전 이야기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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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가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들을 재조명해 주목받고 있다.
현대카드는 종로구 가회동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에서 희귀한 서적을 소개하는 레어 컬렉션(Rare Collection)의 100번째로 ‘기록적인 건축물’(3월 30일까지) 전시를 열고 있다.
기자는 지난 13일 이곳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나가서 걸어가다 보면 집회 인파를 지나서 정독도서관 옆에 자리해 있다. 벽돌을 쌓아서 만든 담장과 한옥 건물, 통유리 등 동서양의 건축 특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2층 규모의 건물이다.
출입구에 있는 프런트데스크에서 현대카드나 다이브 앱을 보여주면 전시를 둘러보고, 건축부터 쥬얼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책들과 국내외 잡지들을 살펴볼 수 있다. 1층 한쪽에 한정판으로 출간된 희귀도서들을 보관하고 있는 레어북룸이 있는데, 사전에 예약을 하면 이곳에서도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기록적인 건축물’ 전시는 이곳 2층에서 열리고 있다. 프런트데스크에서 받은 출입 카드를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 있는 센서에 인식시키고 위쪽으로 올라갔다. 커다란 책상 위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의 작품을 기록한 한정판 책들이 전시돼 있다.
테이블 위 검은색 철제판에는 ‘기록적인 건축물’ 전시를 기획한 이유가 적혀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 랜드마크들이 수많은 반대와 제약 속에서 시작되었지만,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과 혁신이 있어서 오늘날 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건축은 공간, 구조, 재료, 형태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들은 기존의 틀을 깨고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도전을 이어왔다.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4명의 작품을 사진과 도면으로 기록한 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 책상 위에 희귀 서적을 감상할 때 사용하는 일회용 장갑이 있는데, 이를 착용해야만 한다.
우선, 일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Ando Tadao)에 대한 모노그래프(학술 주제를 상세히 기술한 기록)를 살펴봤다. 그를 ‘더이상 신비롭지 않은 나라의 신비한 인물’로 소개하고 있었다. 안도 타다오가 직접 디자인한 십자가 모양의 틈이 있는 참나무 박스에 큰 사진 책이 들어있다. 국내에서 LG아트센터 서울, JCC아트센터, 뮤지엄 산 등을 만든 그가 일본과 여러 나라에서 직조한 건물들의 사진이 담겨 있다. 300부만 발행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20세기 브라질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rmeyer)에 대한 모노그래프도 놓여 있다. 유명 건축가들이 기증한 사진으로 부드러운 곡선과 화려한 색채, 빛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그의 작품들을 바라볼 수 있다. 프랑스의 예술 서적 출판사인 애슐린에서 출간한 한정판 책이다.
애플 본사 사옥을 만든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에 관한 사진 책은 두 권을 감상할 수 있다. 1956년부터 밀레니엄 브릿지와 애플 파크까지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그가 작업한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담겨 있었다. 장갑을 착용하고 책장을 넘기며 화려하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듯한 그의 작품들을 살펴봤다. 노먼 포스터가 직접 그린 건물에 대한 스케치 그림 한 점도 액자에 담겨 이용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Shigeru Ban)의 작품에 대한 책도 놀라웠다. 도쿄와 뉴욕,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로, 벽 없이 집 짓기 등 끊임없이 건축의 한계를 시험하는 혁신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고 한다. 창문처럼 격자무늬의 나무로 만들어진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문화를 매개로 고객과의 접점 넓혀
이달의 디자이너로는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전시돼 있었다.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 2층에 있는 서가 한쪽에 가로 모양의 진열대가 자리해 있다. 미국 뉴저지 출신으로 코넬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흰색으로 칠한 기하학적 형태의 벽과 원, 곡선 등을 사용해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공간 구성법을 선보였다는 설명글이 눈에 들어왔다. 로마의 주빌레 교회, 코넬대의 웨일 홀, 독일 아르프 미술관, 캘리포니아 게티 센터 등을 설계했다고 한다.
이 진열대에는 6권의 큰 사진 책들이 놓여 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설계에서 자연광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최연소로 프리츠커상을 받은 리처드 마이어의 건물들을 감상했다. 국내에서는 솔올미술관, 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송도점 등을 설계했고,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그의 건축 사무소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카드가 거장 건축가를 소개하는 이유는 문화를 매개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디자인라이브러리 외에도 용산에 바이닐 앤 플라스틱(LP 판매), 아트라이브러리(아트 서적 및 영상), 뮤직라이브러리(LP 감상 및 음악 서적), 언더스테이지(음악 공연장), 스토리지(미술 전시장) 등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현대카드는 압구정에 쿠킹 라이브러리(미식 레스토랑 겸 음식 서적), 도산대로에 아이언 앤 우드(골프 연습 공간), 레드11(칵테일 바) 등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공간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CNB뉴스에 “디자인라이브러리에서 레어북룸에 있는 희귀 도서들을 활용해 분기별로 색다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독특한 브랜디를 경험할 수 있는 레드11이라는 공간도 마련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