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면전서 “진심으로 사과했어야” 직격…여인형·이진우, 尹 체포 지시 증언 거부
헌재, 尹 탄핵심판 ‘국정원-군사령관들’ 엇갈린 증언…尹 “아무 일도 안 일어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직접 지시받았다”고 증언한 반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비롯해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사령관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등과 관련한 증언을 대부분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홍 전 차장은 4일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다만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지는 전달받지 못하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다”고 설명했으며, 이어 국회측이 ‘여 전 사령관이 사용한 정확한 워딩(단어)이 체포조가 맞느냐’, ‘체포 대상을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서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명확하게 답변했다.
이어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명단을 받아 적었다”면서 “적다 보니 이게 뭐지, 생각이 들어서 뒤 내용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기억을 회복해 적어 보니까 14명, 16명 정도 됐나(하고)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날 국회 측이 공개한 홍 전 차장과 윤 대통령, 여 전 사령관의 통화 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께 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으나 홍 전 차장은 받지 못했고, 오후 8시 22분께 홍 전 차장이 다시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20초간 통화해 윤 대통령은 ‘1∼2시간 이후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홍 전 차장은 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통화에 대해 조태용 국정원장이 국내 부재중으로 잘못 알고 “국정원장이 부재니 국정원을 잘 쟁겨라, 전화할 일 있을지 모르니 비화폰을 챙겨라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 전 차장은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 53분께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1분 24초간 통화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 반면, 윤 대통령은 “격려 차원에서 전화한 것으로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홍 전 차장은 10시 58분께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48초간 통화했으나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고, 11시 6분께 두 번째 전화를 걸어 2분 47초간 통화하면서 체포명단을 불러줘 받아적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홍 전 차장은 이날 심판정에서는 지난해 12월 5일 오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됐다.
홍 전 차장은 이 메시지에서 “모시는 분(윤석열)의 멱살을 잡을 양 이야기하셔야 한다”거나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은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비상계엄 하루가 지난 12월4일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저는 두 가지가 걱정스러웠다”면서 “첫째는 군이 철수했지만 군 내부가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군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 전 차장은 “둘째, 이 사태는 여의도 일부 사람들만 아는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켜봤다. 계엄군이 철수하고 해제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없던 일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그래서 대통령을 돕고 싶었다. 그 당시로서는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시 느꼈던 심경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대통령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하면서 “김 차장이 이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명단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으며, 이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윤 대통령의 전화 지시 등과 관련한 답변을 대부분 거부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증인 심문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4명의 체포명단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라는 국회 측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형사재판에서 답하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여 전 사령관은 “장관으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을 이해해서 부하들에게 얘기한 것이고, 부하들 각각에게 지시사항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한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며 “형사재판과 관련한 부분이라 자세히 진술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무렵 조지호 경찰청장과 전화 통화에서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전달하며 위치정보를 요청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조 청장에게 두 가지를 협조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첫 번째는 법령과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돼야 하니 경찰 인력을 보내달라는 것, 두 번째는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여 전 사령관은 “명단에 대한 구술은 있었지만, 조 청장이 기억하는 것과 제가 기억하는 게 다르다.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홍 전 1차장에게서 먼저 전화가 와 통화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14명의 위치정보 확인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열린 이 전 사령관도 “저도 형사소송에 관련돼 있고,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인부(인정 또는 부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답변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어 증인들의 이 같은 증언에 대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국회의원을 끌어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자기 기억에 따라 얘기하는 것을 대통령으로서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