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고 있죠?” AI가 근처 카페 추천
간단한 손짓으로 운전공간 완벽 통제
수동·능동 모두 가능…주행까지 도와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여러분은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을 어떻게 예상하시는지요? 아마도 선뜻 떠오르는 것은 공중에서 질주하는, 즉 플라잉 카(Flying car)일 겁니다. 아무래도 공상과학 영화의 영향이 클 텐데요. 영화에서는 대부분 차들이 질서정연하게 하늘을 나는 장관을 부각합니다. 이게 다가올 교통수단의 정답이란 식으로요. 지상과는 달리 교통체증도 없고 목적지까지 단숨에 도달하는 것은 가히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그마한 논쟁거리가 발생합니다. 원초적 질문일 수도 있겠네요. 차가 날면 비행기일까요, 차일까요? ‘비행차’라는 말장난을 해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하나입니다. 난다는 거죠. 만약 미래 이동수단의 주인공이 땅을 밟는 자동차가 아닌 플라잉 카가 된다면 선결할 게 많을 겁니다. 일반적인 도로 재정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요. 수많은 차가 하늘을 배경으로 움직이려면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야 하는 일대 혁신이 필요합니다. ‘비행차’가 요원하게 느껴지는 이유죠.
손동작만으로 콘텐츠 고르고 볼륨 조절
접근을 살짝 달리하면 미래 모빌리티로 가는 보다 쉬운 길이 보입니다.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지름길이 있습니다. 도로 환경까지 고려할 필요 없이 미래 모빌리티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말이죠. LG전자가 지난 11일 공개한 ‘디지털 콕핏 감마(Digital Cockpit gamma)’를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운전 공간에서 발현됩니다. 이곳에 첨단 기술이 집약됐습니다. 한 가지 상황에 들어가 보시죠. 운전을 하는데 졸립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러면 AI가 알아채서 현재 이동 방향에서 가까운 카페를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커피 마시면서 잠을 깨라는 거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결국 권유대로 커피를 마신다면 결제를 해야겠죠? 지문 인식을 이용한 차량용 페이 시스템이 간편하게 비용을 냅니다. 차가 추천부터 뒷일까지 처리하는 셈이죠.
미래 모빌리티에서 운전자는 동작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운전대에 적용된 터치 디스플레이로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통화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거든요. 운전 중 급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면 음성인식을 통해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가능한 것은 ‘인텔리전트 HMI’(Human Machine Interface)란 기술 덕분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커넥티비티&콘텐츠’도 있는데요. 5G 통신을 기반으로 차 안에서 webOS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와 라이브 방송을 고화질로 즐길 수 있습니다. 조작도 쉽습니다. 터치 없이 손동작으로 콘텐츠를 고르고 볼륨을 조절하며, 미러링 기능을 통해 다른 좌석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공유할 수 있거든요. 손 하나 까딱하면 이뤄진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마지막으로 이동 수단인 만큼 운전을 돕는 기능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비전 디스플레이’가 그 역할을 합니다. 투명 올레드 계기판(클러스터)이 길안내, 속도 등 주행 환경에 필요한 정보를 보여줍니다.
단계적 공계…다음 미래 모빌리티는?
자, 정리하면 운전을 하다 졸리면 잠 깰 방법을 제안받고, 간단한 손짓으로 기기 조작도 하고, 대화면을 보고 경로를 따라간다, 정도가 되겠네요.
LG전자가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당기는 기능들은 여기까지입니다. 플라잉 카 보단 익숙한 장면일 수도 있겠네요. AI의 보조를 받고 차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건 지금도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니까요. LG전자가 소개한 기술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운전자를 보다 더 이해하고, 주행을 능숙하게 도와주니까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청사진을 계속해서 그려가고 있는데요. LG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디지털 콕핏 감마는 지난해 공개한 알파, 베타에 이은 세 번째 선행 기술 콘셉트입니다. LG전자의 전장을 이끄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공식 홈페이지의 ‘모빌리티 랩웍스 시리즈(Mobility Labworks Series)’를 통해 공개된 적 없는 모빌리티 선행 기술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기가 일종의 시운전, 아니 시연 무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연구 개발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LG전자 VS사업본부장 은석현 부사장은 “차별화된 운전자 경험을 제시하는 LG전자만의 미래 전장 기술력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운전이나 그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일을 운전자가 아닌 이동수단이 전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