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회담, 3년 1개월 만에 성사
‘25만원 지원금’·‘금투세 폐지’ 등 논의
지구당 부활·개헌 등 정치개혁도 협상
8·18 전당대회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진보계열 정당으로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앞서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오른 또 다른 ‘미래 권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오는 25일 국회에서 첫 공식회담을 갖는다,
3년 1개월 만에 여야 대표 회담을 성사시킨 두 대표는 이날 민생 정책은 물론, 각종 정치 현안에서 중도층을 놓고 오는 2027년에 치러질 대선 전초전 성격의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미 두 대표는 지난 4·10 총선에서 한차례 각 진영을 대표해 격돌한 바 있다. 당시 한 대표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우며 정권 심판론을 상쇄하고자 했으나, 여론을 움직이는데는 실패하면서 국민의힘의 참패,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국회 의석수를 비롯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하향세가 뚜렷한 반면, 민주당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일극체제’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당을 완전히 장악한 반면, 국민의힘 한 대표는 여전히 친윤계와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한 대표의 열세가 뚜렷하지만 두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상 양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만큼 향후 치열한 정국 주도권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여야 대표 회동에서 두 사람이 논의하게 될 핵심 의제로는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이 꼽히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무엇보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 대표도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양자 회담에서 한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전격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되지만, 한 대표가 19일 오후 “민주당은 한 손으로는 훨씬 위헌성이 강한 법안을 내놓고, 한 손으로는 제가 낸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받는다고도 했다. 그 진의가 뭔지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주식투자 비율이 높은 2030세대와 중산층을 비롯해 민주당 입장에서도 외연 확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의제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여부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8월 초 국내 증시 폭락 때 “금투세를 시행하면 1400만 개인 투자자가 피해볼 수 있다”고 민주당에 폐지를 압박한 바 있어 여야 대표 회동에서도 금투세 폐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 대표 역시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정책 방향에 대해 열린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당 대표는 이번 회동을 전후로 당분간은 ‘허니문’ 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두 사람 모두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려면 협치와 대화의 이미지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일부 정책에서 공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20일 CNB뉴스에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확인했듯이 이재명 대표에게 따라붙는 ‘일극체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포용감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대표 입장에서는 ‘심판의 대상’인 윤 대통령만을 상대하기보다는 한 대표 상대로 수권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지난 4‧10총선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과만 차별화하려고 한다면 당내 갈등으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윤 대통령 이후 경쟁상대인 이 대표와도 협상하면서 자기만의 정책 아젠다 세팅을 하며 차별화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상속세 개편 등 세제 관련 논의와 반도체 특별법,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구성 등 당정이 추진하는 민생·정책 이슈를, 민주당은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등 각각 상반되는 의제를 들고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양당이 기존 지지층 외에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지구당 부활이나 개헌 등 정치개혁 문제도 여야 대표회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