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젊은 선장’의 과단한 결단
비효율 사업 접고 신사업에 투자
공격적 인수로 성장 동력 만들어
조직문화 바꾸는 등 혁신은 계속
리더와 리더십은 이음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리더에겐 리더십이 반드시 있고, 그리하여 둘은 한몸이다. 그 실체는 기업의 성장에도 큰 발판이 된다. 리더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자연히 보이는 리더십. CNB뉴스가 [리더&리더십]을 통해 그 길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혁신 경영인이다. 1978년생인 구 회장은 20대 후반 LG전자 재경 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그룹과 전자를 오가며 경험을 쌓았고, 지난 2018년 만 40세 젊은 나이로 회장에 올라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젊은 선장’ 구 회장은 과감했다. 그룹 방향타를 잡은 뒤 비효율적인 스마트폰, 연료전지 등의 사업은 정리하고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부품) 같은 신성장 동력에 집중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전장사업에 있어서는 취임 2달 만인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회사 ZKW를 약 1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ZKW는 포르쉐를 비롯해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에 헤드램프를 공급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알려진 회사다.
이외에도 ▲2019년 12월 LG화학이 미국 자동차 업체 GM(제너럴모터스)과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설립 ▲2021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각각 1조원을 출차해 전기차 배터리 제2합작공장 설립 ▲LG전자와 마그나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출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미래 먹거리는 ‘ABC사업’
미래 먹거리도 부단히 챙기고 있다. 구 회장은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사업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LG전자가 네덜란드 엔스헤더에 본사를 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 지분 80%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이를 통해 LG전자는 수만 개의 가전과 센서·조명 등 IoT기기를 연결하는 앳홈의 연결성과 자사 LG 씽큐(LG ThinQ) 플랫폼에 적용 예정인 생성형 AI를 활용해 ‘AI홈’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사업의 선봉에는 LG화학이 섰다. 지난 2023년 LG화학은 미국 바이오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약 8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제약업계 M&A(기업 인수·합병) 중 3번째로 큰 규모다.
취임 6년…성장 DNA 심어
올해 6월 취임 6주년을 맞은 구광모 회장은 그룹에 성장 DNA를 심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포털에 따르면, LG그룹의 매출액은 2019년 138조 1508억원에서 2023년 189조 9796억원으로 약 3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 6341억에서 6조 6683억원으로 43.9% 상승했다.
LG그룹의 시가총액은 구 회장 취임 당시인 2018년 6월 88조원에서 올해 6월 157조원으로 78.4%가량 올랐다.
구광모 회장의 혁신 기조는 조직에도 뿌리 내리고 있다.
LG그룹 2022년과 2023년 내부 승진자 중 70% 이상이 신규 임원으로 구성됐으며, 여성 임원은 구 회장 취임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기존 틀도 허물었다. 구 회장은 기존 오프라인 시무식을 온라인 시무식으로 전환하고, 분기마다 진행하던 대규모 임원 세미나를 없앴다. 직원들의 복장도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완전 자율 복장 제도를 도입했다. 격식 차리기에 치우치기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유연하게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제도만 바꾼 것은 아니다. 변화를 강조하는 직접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의 고개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불가능한 Only One(온리 원)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