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만에 순이익 3배나 커져
KB금융 내에서 제대로 효자 노릇
헬스케어·마이데이터 신사업 확장
“격이 다른 1등 손보사 만들겠다”
2년전 실적 위기에 놓인 KB손해보험의 ‘구원투수’로 등극한 김기환 KB손보 대표가 역대 최대 성과를 내며 KB금융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순이익을 거둬 그룹 내 실적 기여도가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중에선 단연 으뜸이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을 개척하며 미래먹거리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의 도전의 끝은 어디일까. (CNB뉴스=도기천 기자)
“올해 안에 격(格)이 다른 명품 KB손해보험을 현실로 만들고, 이를 통해 1등의 시기를 앞당기겠다”
김기환 대표가 최근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김 대표는 KB금융그룹 내에서 ‘위기대응에 강한 리더’로 통한다. 1963년생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국민은행에 입사해 소비자보호그룹 상무와 리스크관리그룹 전무,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CFO) 등을 거쳤다.
현재는 재무·리스크 분야 전문가답게 KB손해보험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KB손해보험은 2021년 1월 김 대표 취임 이후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 대표 취임 첫해인 2021년에 전년(1639억원)보다 84.1% 늘어난 3018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2017년 이후 최대 실적이었다.
이듬해(2022년)에는 다시 기록을 갱신했다. 557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3018억원)보다 무려 84.8% 상승했다. 김 대표 취임 직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3배 넘는 기록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로 인해 KB손보의 그룹 내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2020년에 4.74%였던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가 지난해에는 12.64%까지 올라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비은행 계열사만 놓고 보면 가장 높다. 과거에는 KB증권과 KB국민카드에 비해 기여도가 밀렸지만, 김 대표 취임 후 역전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비은행 강화 전략에도 큰 힘이 됐다. 윤 회장은 KB헬스케어, KB부동산, KB차차차, 리브모바일 등 4대 비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며 먹거리 영토를 넓히고 있다.
구원투수에서 키맨으로 거듭나
KB손보가 이처럼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김 대표 특유의 리스크 관리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유효했다.
우선 김 대표는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자동차보험·장기보험 등 보험업 전 부문에서 손해율을 줄여나갔다. 그 결과 2020년 85.5%였던 손해율은 이듬해 84.9%로 개선됐고, 지난해에는 82.5%까지 낮아졌다. 사업비 비율 또한 2020년 21.2%에서 지난해에는 19.9%로 줄었다.
반대로 투자영업 부문은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2020년 5136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3490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까지 줄인 반면, 유가증권·대출채권 등의 규모를 키워 투자영업이익을 늘렸다.
한편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20년 6조7038억원이었던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2022년 7조840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장기보장성보험은 저축성보험과 달리 보험사에 고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으로 꼽힌다. 저축성보험은 만기가 돌아왔을 때 그동안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에 약정 이자까지 더해 돌려줘야 해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보장성보험은 사망·상해·입원 등 약관에 명시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하면 된다.
“위기를 기회로” 끝없는 도전 계속
이처럼 수익성을 대폭 개선해 성장의 기반을 다진 김 대표는 미래먹거리로 헬스케어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를 낙점해 관련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올해 상반기 중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카드·보험 등 곳곳에 흩어진 자신의 금융정보를 한번에 관리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김 대표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신사업이다. 김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손보업계 최초로 인가를 획득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해 업계 최초를 넘어 최고로 나아가자”고 강조해왔다. KB손보는 2021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본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김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여러 보험사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보험들을 한번에 조회해 보장 분석할 수 있는 ‘마이보험’ ▲금융자산 통합 조회 및 설계가 가능한 ‘마이자산’ ▲건강을 관리하며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마이혜택’ 등이다.
마이보험에서는 보장분석을 통해 부족한 담보를 확인하고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마이자산에서는 연령이나 자산 규모가 비슷한 그룹과의 비교 자료, KB계열사와 연계한 부동산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마이혜택은 건강한 생활 습관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주는 서비스다.
마이데이터·헬스케어 통해 고객·회사 ‘윈윈’
또한 김 대표는 올해 디지털 신사업 키워드를 ‘건강 자산관리’로 정해 헬스케어 사업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앞서 KB손보는 2021년 10월 헬스케어 서비스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생명·손해보험업계 통틀어 보험사가 건강관리회사를 만든 건 처음이다.
우선 김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사내 건강관리 플랫폼 ‘오케어(O-CARE)’를 일반 고객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오케어는 건강검진 결과와 걸음 수, 유전체 검사 정보 등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디지털 건강관리를 제공해주는 플랫폼인데, 현재는 KB금융그룹 내 임직원의 건강관리를 위한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은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수준 높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며, 회사는 실비보험 손해율 등을 낮춰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고객과 KB손보가 함께 ‘윈윈’하자는 전략이다.
올해는 한국 보험업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위기관리에 능통한 김 대표에게 거는 KB 구성원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김 대표 스스로도 최근 금융감독원장·보험회사CEO 간담회에서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손보업계는 손해율이 악화했고 올해도 위험손해율 올라가는 추세”라며 “보험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좨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리스크(손해율) 관리와 고객제일주의를 양대 축으로 삼아 ‘격(格)이 다른 명품 손해보험사’를 추구하고 있다. 헬스케어와 마이데이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지금까지 보험업계가 전통적인 보험업 영역 안에서 성장해왔다면, 지금부터는 10년 후를 내다보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의 선도적이고 공격적인 도전 행보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