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07.04 11:02:51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됨으로써 마침내 국회의 문턱을 넘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첫 일정으로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집회 중인 농민단체를 방문했다.
이들 농민단체는 농민 생존권 보장에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을 ‘농망4법’(농업을 망치는 4개 법)이라고 비난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에 반대하며 송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김 총리는 이들을 만나 이 대통령의 송 장관 유임 결정 배경에 관해 설명한 뒤 집회 중단을 설득했다.
앞서 국회는 전날 국회 본회의를 열어 김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법안들을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부적격 인사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표결을 거부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 정당 의원들은 임명동의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표결에 모두 참여해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179명 가운데 찬성 173명, 반대 3명, 무효 3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김 총리 인준안은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지 29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6월 10일)한 지 23일 만에 이뤄져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이자 제49대 총리로 취임하게 됐다.
4선 의원인 김 총리는 대표적인 ‘86 운동권’ 출신으로 지난 1996년 당시 32세의 나이로 15대 총선에서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됐고, 이어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하기까지 20년이 걸렸으며, 22대 총선에서도 당선돼 4선 고지를 밟은 ‘신명’(신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김 총리에 대한 재산·학위 의혹 등을 집중공격 하면서 이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표결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키로 결정하고 투표가 이뤄지는 동안 국회 중앙홀에서 총리 인준 표결에 반대하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민석 인준 강행은 단순한 인사 실패가 아니다. 이재명 정권의 독재 본능이 드러난 정치적 선언”이라며 “이재명 정권은 김민석이라는 오만과 부패의 상징을 총리로 올리며 독재와 폭거라는 몰락의 계단으로 내딛고 있음을 꼭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원내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CNB뉴스 기자와 만나 “새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일하는 내각의 첫 단추인 ‘총리인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총리인준 반대하며 발목잡기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방해한다면 내란 동조 세력의 내란 청산 방해로 간주해 국민과 함께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취임 초기에 국무총리 인준이 빠르게 진행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서 큰 흔들림 없이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도 이날 임명동의안 통과 직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사하다. 응원해 주신 국민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겠다”면서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받들고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바닥에서 풀어내고 여야를 넘어 의원님들의 지혜를 국정에 접목시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 총리는 “폭정 세력이 만든 경제 위기 극복이 제1 과제”라며 “대통령의 참모장으로서 일찍 생각하고 먼저 챙기는 새벽 총리가 되겠다. 위대한 국민, 위대한 정부, 위대한 대통령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 국회에서 가결됐으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상법 개정안이 재석 272명 중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새정부 들어 첫 여야 합의로 가결됐다.
이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상법 개정안은 올해 3월 야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으나, 이 대통령 취임 후 민주당이 최우선 순위로 재입법을 추진했다.
여야는 최대 쟁점인 일명 ‘3% 룰’과 집중 투표제 도입 등을 두고 대립하다 ‘3% 룰’은 일부 보완해서 처리하고,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이번 개정에서 일단 제외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전날 합의했다.
이밖에 이날 본회의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여야가 논의한 계엄법 개정안, 전 정부 때 국회를 통과했다가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한우법 제정안도 함께 통과됐으며, 중국의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구조물 설치를 규탄하고 한·중 어업 질서 회복을 촉구하는 결의안과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 활성화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안 등도 처리됐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