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기자 |
2026.03.31 11:27:06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제주도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진보 언론이고 보수 언론이고 할 것 없이 거의 일제히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요.
합당한 해석일까요? 아닙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유시민 ABC론에 대한 보충설명, 진일보(進一步: 한 발 더 나감)라고 볼 수는 있지만 유 작가 발언에 대한 전면적 비판으로 읽기는 힘들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화체로 표현한다면 “그래, 맞는 얘기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보충적 성격의 대통령 발언이라는 것입니다.
유 작가의 발언이 나온 뒤 제가 들은 첫 반응 중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김태형 심리학자의 “유 작가가 A그룹을 ‘공적 이익을 중시하는 정치인, B그룹을 ’사적 이익 중시 정치인‘으로 표현했다면 더 좋지 않았겠나”하는 평가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유 작가는 A그룹을 ‘가치 중심’, B그룹을 ‘이익 중심’이라고 표현했지만, 좀 더 정확한 표현은 김 심리학자 말대로 ‘A그룹 = 공적 이익 중심 정치가’ ‘B그룹 = 사적 이익 중심 정치가’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확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 심리학자의 이런 정정도 유 작가 발언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보충설명에 해당하지요. 물론 김 심리학자의 이런 발언도 ‘유시민을 바보 만드는 비판’으로 읽고 싶은 개인-언론은 있겠지요.
막스 베버의 책임 정치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막스 베버의 이른바 ‘책임 정치론’에 입각해 ‘아무리 공적 이익 중심으로 정치를 해도 정치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의도가 공적 이익 중심이라도 결과가 해악이면 잘한 정치가 아니다’라는 대통령 특유의 실용주의입니다.
하지만, 유시민, 김태형, 이 대통령의 생각에 면면히 흐르는 큰 주제는 ‘공적 이익 중심 정치인’이 있고, 또 반대로 ‘사적 이익 중심 정치인’이 있다는 大전제조건입니다.
현재 한국 정치의 흐름을 봐도 공적 이익 중심 정치인-정당이 있으며, 사적 이익 중심 정치인-정당이 있는 건 분명하지 않습니까.
올바른 大전제 아래 약간씩 다르거나 또는 진일보한 의견들을 피력했을 뿐인데, 이걸 놓고 누가 누구를 공격-비판했네, 또는 ‘뉴이재명이 구(old)이재명을 박살냈네’라며 공격 소재로 삼는 것은 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꼴입니다.
푸닥거리 덕에 상식 된 '공적 대 사적 정치인'
“세상에는 공적 인간-정치인이 있고, 사적 인간-정치인이 있다”는 개념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김태형 심리학자 등이 수도 없이 말해왔지만 국민 태반이 이런 개념을 머리에 넣지는 못했습니다.
왜냐면 사적 이익 중시 정치인일수록 발언은 공적 이익으로 치장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부자들 세금을 왕창 깎아주면서도 ‘부자가 돈이 넘쳐나야 펑펑 쓸 것이고 그래야 서민도 먹고 살 것 아니냐. 이번 세금 대폭 감면은 서민을 위해서다’고 정치인-관료가 거짓말하고, 언론은 대서특필하고, 국민은 속는 행태가 반복된 게 한국의 정치판 또는 부동산 망국화의 속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당에 유 작가가 발설하고, 김 심리학자가 일부 바로잡고, 이 대통령이 ‘정치는 책임 중심’이라는 마무리를 짓는 과정이, 언론들의 대서특필(아마 일부는 ‘민주당 내분 조장용’으로 그랬겠지만) 덕에 널리 알려져 상식이 됐으니, 아주 유용했다고 저는 봅니다.
이처럼 세상일은 목적(민주당의 내분을 부각시키자는)과는 다른 결과(공적 정치인과 사적 정치인의 구별)를 내놓기도 하니 요지경은 요지경입니다.
(CNB뉴스=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