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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李 ‘정상외교 딱맞춤 미친 친화력’의 비밀은? … 성공하려면 따라 배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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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기자 |  2025.07.04 12:14:56

3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표정과 제스처를 구사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 현장에 필자도 참석했다. 질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G7 정상회의 때 보니 난생처음 만나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어깨를 두르고, 어색해하는 일본 이시바 총리가 당황해할 정도로 환한 표정으로 다가가 악수를 건냈습니다. 도대체 처음 만나는 외국인 정상과, 첫 외교 무대에서 어쩌면 그렇게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한 자세와 표정을 취할 수 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렇게 하는지 비결을 알려주세요”라고.

필자의 이런 의문이 일부 풀렸다. 일본 기자의 질문에 답할 때였다. 답변 요지는 다음과 같다.

李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 오른손은 싸워도 왼손은 잡고 대화한다. 이시바 만났을 때 엄청 반갑더라. 그분이 어떤 생각을 저에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상해보건대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전혀 그럴 필요 없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 한일간에 협력할 분야가 많이 있다. 북핵에 대응하는 안보 협력을 서로에게 도움 되게 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협력할 게 많다. ‘너는 손해 보고 나는 이익 보고’ 이런 관계가 아니라, 저쪽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방법으로. 사안을 분리했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오해는 줄이고, 대화를 통해 협력할 건 협력하고.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 가족의 억울함을 가능하면 풀어주는 게 맞고, 우리 정부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하겠다.”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만나는 마크 카니 총리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다가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G7에서 만나 파안대소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답에서 이 대통령이 인간과 세상에 임하는 여러 자세를 읽어낼 수 있다. 정리해보자.

1. 사안을 분리한다: 협력할 사안들(A)과 싸울 사안들(B)을 나눈다. A로 서로 윈윈하는 협력이 가능한데 B 탓에 감정 싸움부터 시작하고, 그러면서 A를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피한다.

2. 난생처음이라도 반갑게 만나는 마음가짐: A(협력 가능한 사안들)를 생각하면 이시바처럼 난생 처음 만나는 사람도 반갑다. 상호 이득을 보려 만났는데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3.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의 분리: 위 대답의 마지막 문장, 즉 일본인 피납자 문제에 대한 대답에는 2개의 ‘조건절(if 문구)’이 들어가 있다. ‘가능하면’과 ‘할 수 있는 게 있다면’이다. 할 수 있는 건 하지만, 한계를 넘어가는 건 못한다고 선을 긋는다.

이 대통령의 치적으로 유명한 ‘경기도 계곡 불법 시설 철거’ 때도, 위의 세 가지 마음가짐으로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임했을 것 같다. “계곡 불법 시설물을 제거하면서도 돈은 계속 벌게 해줄 수 있으니, 그리 되면 상인이나 도민들 모두 얼마나 좋겠어. 상인들이 거칠게 나오겠지만, 법적으로 가능하면 해주고, 불가능하면 못해준다고 설명하면 감정 싸움을 할 필요는 없잖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계곡 상인들이 만나는 장면은 유명하다. (이미지=민중의소리 유뷰트 화면 캡처)

 

필자가 위에서 정리해본 1, 2, 3 항을 ‘이재명 식 만남의 삼(三)원리’로 이름붙여 보자. 이 삼원리는, 한국인 특유의 도덕주의(‘옳으냐 그르냐’가 첫째 판단 기준) 또는 좌파-극우의 ‘책에서 배운 논리가 최우선’과는 사뭇 다르다. 이재명 식 1~3항과 대비되는, 전통적 한국의 상식을 대비시켜보자.

1. 사안을 분리한다 VS 왜 분리해: 부도덕한 상대와는 협력 가능한 사안들이 있더라도 협력부터 할 수는 없다. 상대가 철저한 반성부터 하는 게 먼저고, 이득을 놓치더라도 할 수 없다. 모든 논리를 동원해 상대를 철저히 굴복시키는 게 먼저다.

2.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반갑게 만난다 VS 적을 어떻게 웃으며 만나나: 상대는 나의 숙적이다. 어떻게 미소를 가장할 수 있나? 한국과 일본이든, 또는 우파와 좌파 사이든 서로 철천지원수이고, 경쟁 상대다. 웃으려 해도 지난 역사를 떠올리면 내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그러면 상대방도 미소를 거둔다. 대결이다. 만나기 전부터 두려운 마음과 경쟁심만 가득하다.

3. 가능-불가능을 나눈다 VS 어찌 야박하게 미리 나누는가: 안 될 일임이 분명해도 “최선을 다하겠다” “노력해 보겠다”고 해야지 어떻게 처음부터 조건절을 달아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나? 안 될 게 분명하지만 면전에서는 듯기 좋게 말해주는 게 동방예의지국의 전통이다.

이재명 식 인간-세계관과 한국 전통(특히 엘리트 우파와 좌파의)의 인간-세계관을 대비시켜 봤다. 이재명 식이 밝고 전향적이라면, 한국 엘리트 방식은 어둡고 과거지향적인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듣는 대통령 비서실 사람들의 표정을 보여준 MBN의 TV 화면.

 

이 대통령의 놀라운 ‘에너자이저 특성’이 화제다. 비서진의 코피가 터지고 잇몸이 물러진다는 데도 정작 가장 힘들 게 분명한 이 대통령 자신은 “하루가 24시간 아니라 30시간이면 좋겠고, 주말에도 일하고 싶지만 그러면 너무 많은 부하들이 힘들어지기에 할 수 없이 공관에서 일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이재명의 만남의 삼(三)원리’로 움직인다면,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또 일을 하면 할수록 긍정적 성과가 뽀록뽀록 올라오니 더욱 더 힘이 나는 게 아닌지 상상해본다.

그렇다면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면, 아니 경쾌한 하루하루를 원한다면 ‘이재명 식 만남의 삼(三)원리’를 배울만 하지 않을까?

 

이재명 대통령의 1981년 대학입학 학력고사 수험표. (이재명 인스타그램 캡처)


이재명 방식은 한국의 전통 방식과는 다르다. 그는 학벌 엘리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명의 대입 학력고사(현재의 수능시험에 해당) 점수는 285점으로 그 스스로의 표현대로 “서울대 법대나 의대도 노려 볼 만한 점수”였다. 이렇게 공부를 잘했지만 그는 스스로의 경로로 대통령에 올랐지, ‘학벌 덕을 본’ 일반 엘리트와는 철저히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그의 방식은 독특하다. 뉴스공장의 김어준 앵커는 그 원인을 “어렸을 때 중-고교를 못 다니고 시장통에서 배웠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시장통에서 자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시장통에서 배운다고 저런 독창적 인간-세계관이 나오는 건지는 아직 확정하긴 힘들다.

기자회견에서 살짝 드러난 이 대통령의 인간-세계관을 필자는 이 기자수첩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짚어봤다. 이 대통령이 이 복잡하고 문제 많은 나라를 잘 이끈다면, 정말로 대한민국은 앞으로 경천동지할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 된다면 ‘이재명學’이 반드시 태어나야 한다.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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