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11.17 11:52:17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라는 먹구름이 걷히자 삼성을 비롯한 SK, 그리고 현대자동차 등 재계는 미래사업 거점인 국내 투자 확대에 본격으로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측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휴일인 1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며 감사와 격려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향후 기업들의 대미 투자액이 늘려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자 재계 총수들은 각 기업의 투자·고용 계획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우선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 간 협상 과정을 되돌아보며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으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걱정되는 측면들이 있다. 혹시 대미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며, (국민들이) 그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에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은 “국내 산업 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으며,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으로는 “지난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으며,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는 등 향후 5년간 국내에 총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호응하면서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고용과 관련해서도 “매년 8천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향후) 매년 1만4천∼2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으로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강조하면서 “나아가 올해 7천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내년 1만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하면서 이와 함께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통한 수출량 확대도 약속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전했으며, 한화그룹 여승주 부회장은 “우선 미국 조선 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조선산업과 기자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에서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이번 한미 간 협상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대미 투자 외에도 국내에서 조선·방산 분야에만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하겠다”고 설명하면서 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기계 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세부 계획도 함께 전했으며, 마지막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재 스타트업들과 5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1조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삼성이 향후 5년간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총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현대자동차그룹도 국내 투자액 중 사상 최대 규모인 125조 2000억원을 5년간 국내에 집중 투입하며, 이에 더해 SK(5년간 128조원+α), LG(100조원), 한화(국내 조선·방산분야만 11조원), HD현대(15조원), 셀트리온(4조원)까지 합산하면, 이들 7개 그룹의 5년간 국내 투자액만 최소 835조원이 되는 등 국내 산업기반 확충 및 고용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기업인들에게 “천금 같은 귀한 시간을 내서 주말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고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적으로 우리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에 재계 총수들은 “정말 노고가 많으셨다. 감사드린다”(이재용 회장),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협상을 잘 이끌어주셨다”(최태원 회장) 등 정부에 감사를 표한 뒤 돌아가며 관세 협상 이행 및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관심을 모았던 핵추진 잠수함(핵잠)과 관련해 여승주 부회장은 “핵잠 건조라는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의 국격이 올라가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기선 회장도 “마스가(MASGA·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미국 조선업 재건 사업을 저희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