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의 정우식 교수와 김선호 연구교수 공동연구팀은 가뭄 재해에 의해 식물의 곁뿌리 발달이 억제되는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재해 때문에 인류는 여러 중대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에 식량 공급을 위한 농작물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기상 재해는 가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식물 연구에 의하면 가뭄에 노출되면 식물은 곁뿌리 발달을 억제하고 주뿌리 신장을 길게 내리는 뿌리 발달의 변화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뿌리 발달의 변화는 식물체의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고, 깊은 땅속의 수분을 활용하게 돼 식물이 가뭄에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가뭄 극복을 위한 뿌리 발달 변화의 중요성에 따라 미국, 중국, 호주 등 여러 농업 대국의 중앙과 지방정부에서는 식물학자들에게 장기간의 연구비를 지원해 식물이 어떻게 가뭄을 인지해 뿌리 발달을 변화시키는지 그 신호 경로 및 작용 기작을 밝히고자 했으나 아직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최근에 정우식 교수 공동연구팀은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를 이용해 가뭄이 곁뿌리 발달을 주도하는 옥신 호르몬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 조절해 결과적으로 곁뿌리 발달을 억제한다는 신호 경로를 밝힘과 함께 이렇게 곁뿌리 발달이 줄어든 식물체가 가뭄 저항성이 크게 향상됨을 밝혔다.
정상 조건에서 식물의 곁뿌리 발달은 옥신 신호전달 촉진인자(ARF)에 주도돼 하위의 곁뿌리 발달 유전자들(LBD)의 발현 증가로 이뤄지는데, 가뭄 조건에서는 재해 반응 인산화효소의 활성이 증가하고, 이 인산화효소에 의해 옥신 신호전달 억제인자 중 하나인 IAA15 단백질이 인산화를 통해 단백질이 안정화되고 축적된다. 축적된 IAA15 단백질은 옥신 신호전달 촉진인자(ARF)를 억제해 곁뿌리 발달 유전자들(LBD)의 발현을 감소시킴으로써 최종적으로 곁뿌리 발달이 억제된다는 것을 유전학, 분자생물학 및 생화학 기법으로 규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IAA15 단백질의 인산화모방 돌연변이(IAA15DD)가 과발현되는 형질전환 식물체를 구축해 이 식물체가 곁뿌리 발달이 억제되며 뚜렷하게 향상된 가뭄 내성을 보임을 보고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식물이 가뭄 내성을 유도하기 위해서 어떻게 뿌리 발달을 억제하는지 그 경로와 작용기작을 세계 최초로 명확하게 규명했고, 뿌리구조 변화라는 새로운 개념의 가뭄 내성 작물개발 전략을 위한 원천 기술과 유용 유전자원을 제공하게 됐다.
공동연구팀의 정우식 교수는 “뿌리구조 변화라는 새로운 전략과 옥신 신호전달 억제인자의 발현 조절을 잘 활용하면 세계적으로 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옥수수와 콩을 포함하는 다양한 작물의 가뭄 내성을 높여 농업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앞으로 주요 작물의 목표 유전자들을 동정하고 유전자 교정 기술을 포함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가뭄 내성이 증가한 비형질전환 작물 종자를 개발해 농업 대국에 판매하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번 공동연구팀의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인 '뉴클레익 에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판 2022년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