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안영숙 박사가 이성자미술관후원회로부터 이성자화백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학술연구상을 수상했다.
이성자미술관후원회는 그동안 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성자화백을 연구해 지역과 학계에 알린 안영숙 박사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 6일 학술연구상을 수여했다. 안영숙 박사의 논문은 ‘결혼이주여성의 동기부여와 콘텐츠 개발 필요성 제언: 화가 이성자 작품을 중심으로’이며, '글로벌문화콘텐츠'(제47호, 2021년 5월)에 발표했다.
후원회에 따르면 안영숙 박사의 이성자화백 연구는 철저하게 인문학적 사유에 기반해 이성자화백의 작품과 생애를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를 분석하고 활용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기존 연구자들과의 연구 차별이 뚜렷하다.
기존의 보편적인 연구 방향은 작품 분석을 통한 사조 정리와 작품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면에 안영숙 박사의 연구는 이성자화백의 호인 ‘일무(一無)’에 담긴 철학적 사유와 작품세계의 대표적인 메시지인 ‘초월(超越)’을 통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연구로 평가돼 학술연구상을 수여하게 됐다.
후원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학문 분과 영역에서 이성자화백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며 지역에서 이성자화백 연구로 성과를 내는 연구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선정해 학술연구상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안영숙 박사는 이성자화백을 연구한 것을 계기로 2013년부터 경남문화융합아카이브 구축 필요성을 제시하기 위해 경남의 문화사를 인문사, 예술사, 생활사로 분류하고 예술사를 연구하는 과정을 들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근현대이행기에 활동했던 경남 출신 역사 인물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학계에서도 그다지 연구되지 못한 현실을 확인했다.
특히, 경남 최초의 서양화가 강신호나 한국 최초의 건축가 이훈우, 최초의 소년운동가로 알려진 아동문학가 강영호, 몽고의 신의로 알려진 의사 이태준 등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많다. 이성자화백 역시 근현대이행기부터 현대까지 활동한 화가로는 국내에서는 유일하며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을 끊임없이 제시한 화가이지만 2000년대 초까지도 국내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로 안 박사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학연 중심주의를 첫째로 꼽았다. 실제로 이성자화백은 프랑스에서 문화훈장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해외에서 인정을 받았으나 국내에서 미술 기초를 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화단에서는 그다지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한국 화가들은 그들 스스로 ‘화백’이나 ‘작가’ 칭호를 붙였지만 이성자화백에게는 끝까지 ‘마담’이나 ‘여사’로 일관했다. 안 박사는 한국화단의 이러한 인식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안영숙 박사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성자화백을 연구할 경우 크게는 세 시기로 구분해서 그의 철학적 사유를 해석해 볼 것을 제언한다. 1기는 1951년부터 1965년까지로 자기 초절의 시기이다. 이 시기는 끊임없이 희망의 씨앗을 대지에 뿌리면서 자연과 대화하고 ‘여성과 대지’를 중심으로 모천(母川)을 강조하며 수많은 편견과 불평등을 극복한 시기이다, 2기는 1966년부터 1999년까지로 ‘비상의 시기’이다. 당당함과 자유로움을 자신의 방식으로 화폭에 담으면서 ‘초월’적 사유를 대담하게 실천한 시기라 할 수 있다. 3기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로 ‘안착의 시기’이다. 비록 암과 투병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지만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말하던 자신이 드디어 정신적 안식처를 마련한 시기로 ‘일무’를 통해 예술가의 아름다운 정리를 몸소 실천했다.
안영숙 박사는 경상국립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다시 동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근현대이행기에 활동한 영호남 점이지대 출신 역사 인물들의 정신적 가치를 재의미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