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제약·바이오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사업모델을 식품 분야로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고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등 분주하다.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CNB=전제형 기자)
장면1 올해 모습은? 바이오 기업과 협업·투자
최근 CJ제일제당은 국내 고분자 컴파운딩 기업인 HDC현대EP와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법인(JV)를 설립했다. 합작법인은 PHA(해양 생분해바이오플라스틱)를 비롯해 PLA(생분해플라스틱소재)·PBAT(생분해성플라스틱)·셀룰로오스 등의 생분해 소재를 활용해 컴파운딩 솔루션 개발 및 바이오플라스틱 대량 생산에 나선다. 이를 위해 내년 본 생산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에 연간 5000t(톤) 규모의 PHA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기업(CDMO)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의 지분 약 76%를 2677억원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 측은 “바이오 CDMO란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며 “오는 2030년에는 세계시장 규모가 140~160억 달러(한화 약 16조5000~1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상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SKC, LX인터내셔널과 PBAT 합작사 설립에 나섰다. 대상은 합작사에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2023년 상업화를 목표로 국내에 연산 7만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과 8월에는 각각 배양육 선도기업인 엑셀세라퓨틱스, 스페이스에프와 배양육 및 세포 배양용 배지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 별도의 도축과정 없이 세포공학 기술로 생산하는 인공고기다. 대상이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영업네트워크 및 아미노산, 미세조류 등 바이오소재 사업역량에 파트너사들이 보유한 배양배지 제조기술을 더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전략이며, 2023년까지 공동개발을 완료 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10월 중국 현지에 암 체외진단 제품 양산을 위한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했다. 해당 설비는 중국 파트너사 ‘산둥루캉의약’의 생산공장이 있는 산둥성 지닝시에 들어섰다. 지난 9월 암 체외진단 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실을 준공한 데 이어 대규모 양산 설비를 갖추며 중국 바이오 시장 진출의 토대를 다졌다.
또 지난 4월에는 국내 백신 전문기업인 큐라티스와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기술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큐라티스의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기술을 도입하고 중국 내 임상 및 인허가를 추진하는 등 중국시장 내 결핵백신 상용화를 추진한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암 체외진단 전문기업인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진단 기술도입 본계약을 맺으며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체외진단용 기술 사용에 대한 계약금, 사업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 매출 발생에 따른 로열티 등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오리온홀딩스는 올 한해 이들 기업에 총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중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면2 신사업 이유는? 미래 영토 확장
이처럼 식품업계가 제약·바이오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이윤 창출을 위해서다. 사업모델을 식품 분야로 제한하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도전해 미래 먹거리 영토를 확장하자는 것.
이러한 현상은 비단 식품업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장면3 새해 전략은? ‘K-바이오’ 속도낸다
따라서 새해에도 식품업계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힘입어 제품 생산 인프라 구축, 조직 전문성 강화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J제일제당 측은 화이트바이오(친환경)와 레드바이오(신약개발)가 CJ그룹의 미래 혁신 성장 방향 및 4대 성장 엔진 중 웰니스(Wellness·건강),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분야로,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포트폴리오를 강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NB에 “화이트바이오의 경우 PHA 생산설비 구축과 함께 컴파운딩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해 나가는 한편, 바이오플라스틱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상 측은 배양육이 대상의 기존사업과 연결돼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이면서 성장의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지난 65년간 배양육 생산에 필요한 아미노산·조미소재·클로렐라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회사 역량에 파트너사들의 배양배지 제조능력을 끌어들여 관련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 관계자는 “현재 배양육 사업은 사업의 실행 단계가 아닌 전략 수립단계로 전략 담당 인원이 투자 및 사업계획 수립을 맡고 있고, 연구소에서는 배양육 배지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대상은 배양육, 배양육 배지 기술개발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투자 및 전문 인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리온 측은 지속 성장을 위한 신사업 분야로 ‘건강’ 카테고리를 선정, 간편대용식·음료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 진출을 통해 식품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초기에는 비교적 투자비용이 낮으면서 조기 시장화가 가능한 ‘진단키트’와 중국 현지 시장성이 높은 결핵백신 상용화를 통해 바이오 사업 역량을 키우고 수익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합성의약품·바이오의약품 등 국내 바이오·신약기술을 발굴하고,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여 ‘K-바이오’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