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대세…포장 슬림하게
코로나 효과로 건강식품 ‘봇물’
똑똑한 소비자들 “겉보다 실속”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식품업계가 ‘대목 잡기’에 한창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만남’을 ‘선물’로 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건강·실속·친환경’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CNB가 현장을 둘러봤다. (CNB=전제형 기자)
“건강, 실속, 친환경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 (CJ제일제당 관계자)
“사회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선물세트를 선보여 나가겠다” (대상그룹 관계자)
“환경까지 생각한 선물세트로 고객들에게 건강과 품격을 동시에 전달하겠다” (동원F&B 관계자)
CNB가 주요 식품기업을 취재한 결과 이번 추석 선물세트의 키워드는 ‘건강·실속·친환경’으로 요약된다.
우선,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은 명절 스테디셀러 ‘스팸세트’와 3종 이상의 인기 제품으로 꾸린 ‘복합세트’ ‘한뿌리 흑삼세트’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 등 합리적인 가격대와 다양한 제품을 앞세운 실속세트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 이번 추석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지난해 추석 대비 총 467t(톤) 줄였다. 세부적으로 쇼핑백 소재를 플라스틱의 일종인 부직포에서 종이로 대부분 바꿔 플라스틱을 136톤 절감했으며, 선물세트 트레이(구성 제품들을 고정하는 틀)의 절반가량을 햇반 용기 부산물로 대체했다.
대표 품목인 스팸의 노란 뚜껑도 대폭 줄였다. 스팸 선물세트 중 90% 가까운 물량이 뚜껑이 없는 것으로, 120g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제거했다.
CJ제일제당 측은 “명절 선물이 갖는 의미를 고려해 제품 구성은 실속을 더하고 친환경 요소를 강화했다”며 “특히 단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진동 실험과 1.2m 낙하 실험 등 첨단 패키징 기술력으로 선물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플라스틱 외면…친환경은 ‘기본’
대상도 실속·친환경을 내세운 추석 선물세트를 내놓고 있다.
‘청정원 스페셜 선물세트’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복합형 선물세트로 카놀라유, 요리올리고당, 정통사과식초, 참기름, 천일염 구운 소금, 순살 참치, 돼지고기 장조림, 소갈비 양념 등 쓰임새가 다양한 제품들로 구성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포장물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선물세트 트레이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용기 두께를 줄이고 기존에 부직포로 만들던 쇼핑백 원단을 종이와 목화실로 만든 소재로 일부 교체했다. 종이쇼핑백의 경우 라미네이팅 코팅을 제거하고 손잡이까지도 관련 소재로 교체해 종이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올 추석 선물세트 제작 물량 기준 38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했으며, 종이지함도 두께를 줄여 총 67톤의 종이 사용량을 감축했다.
동원F&B도 건강·실속·친환경에 기반한 추석 선물세트 200여 종을 선보이고 있다.
‘동원참치 선물세트’는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으로, 동원참치 150g에는 28g의 단백질이 함유돼 성인 단백질 일일 권장량인 55g의 절반 이상을 동원참치 한 캔만으로 섭취 가능하다. ‘리챔 선물세트’는 고유의 깊은 맛과 부드러운 식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나트륨 함량을 20% 이상 대폭 낮추는 등 나트륨 저감화를 지속하며 건강성을 강화하고 있다.
‘동원 스페셜 52호’는 40년간 동원참치를 만들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출시한 액상조미료 ‘동원 참치액’ ‘건강요리유’ 등으로 실속을 더했다.
종이만으로 제작된 ‘올페이퍼(All-paper) 패키지 선물세트’도 내놓았다. 올페이퍼 패키지 선물세트는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재질로 교체하고 기존 부직포 가방이 아닌 종이 가방에 담아 모든 포장을 완전히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올 추석에는 관련 선물세트 수량을 전년 대비 약 60% 늘렸다.
이 밖에 선물세트 가방을 코팅 처리하지 않은 종이 재질로 교체하고, 합성수지로 만들었던 가방 손잡이도 종이로 교체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앞다퉈 건강·실속·친환경을 앞세운 추석 선물세트들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추석에도 명절을 지내기 위해 가족 단위 대규모 이동보다 친인척 등에 선물을 하는 비대면 소비 풍속도에 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가 대세가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평가 기관들은 각 기업의 탄소배출 실태를 기준으로 기업등급을 매기고 있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되면 투자자와 소비자가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친환경은 이제 식품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경영의 ‘필수’가 되고 있다.
이에 더해 갈수록 외형보다 ‘가성비’를 따지는 ‘실속형’ 소비자가 늘고 있는 점도 배경이 되고 있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