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족 힘입어 식품업계 매출 늘었지만
주요기업들 일제히 제품가격 큰폭 인상
버텼던 유제품마저 인상 러시 합류할듯
식음료업계가 식료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어 가뜩이나 코로나19에 지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라면·제과에 이어 유제품도 상승 신호가 켜진 상태다. 관련기업들은 팬데믹으로 농산물 수급이 어려워져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인상 러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CNB=전제형 기자)
오뚜기는 지난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스낵면이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이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올랐다. 지난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농심은 지난 16일부터 라면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인상 폭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7.6%, 안성탕면 6.1%, 육개장사발면 4.4%다.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삼양식품은 다음달 1일부터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 2017년 5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팔도도 내달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7.8% 인상한다. 비빔면 10.9%, 왕뚜껑 8.6%, 도시락 6.1%, 일품 해물라면 6.3% 등이다. 2012년 6월 이후 9년 2개월 만이다.
과자 가격도 올랐다. 해태제과는 지난 1일부터 홈런볼과 맛동산 등 5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홈런볼과 버터링, 에이스 권장 소비자 가격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 아이비는 4000원에서 4500원으로 12.5%, 맛동산은 3000원에서 3200원으로 6,7% 각각 올랐다.
롯데제과도 내달 1일부터 빠다코코낫 등 과자 11종의 가격을 평균 12.2% 인상한다. 카스타드는 6개들이가 권장소비자가 기준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오르며, 대용량 제품은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개수가 12개에서 10개로 줄어든다.
롯샌, 빠다코코낫, 제크, 야채크래커, 하비스트는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오르며, 와플메이트, 애플잼쿠키, 딸기쿠키는 36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된다. ABC초콜릿은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오르며 중량도 65g에서 72g으로 늘어난다. 꼬깔콘은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이 줄어들어 1500원 제품 기준 72g에서 67g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이처럼 식음료업계가 식료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세계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은 물론 각종 식품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소맥 선물가격은 톤(t)당 238달러(약 27만원)로 지난해(202달러) 대비 18% 올랐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팜유 현물가격은 t당 980달러로 지난해(627달러)보다 무려 56% 급등했다.
이 곡물들은 라면 제조의 기초 식재료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제조 원가 부담이 상당히 커진 것이다.
하지만 주요 라면 업체들은 그동안 원재료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인식된 탓에 가뜩이나 힘든 코로나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서다. 어떻게든 버텼지만 영업환경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 측은 “최근 팜유와 밀가루 등 라면의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제반 경영비용의 상승으로 원가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며 “라면이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을 조정했으며 더 좋은 맛과 품질로 소비자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1위 서울우유’ 움직일까
이 같은 식료품 가격 도미노 인상은 유업계에도 번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생산자, 가공업계 등이 참여해 우유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 진흥회는 2018년 인상 이후 3년 만인 이번 달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렸다. 인상된 원유 가격이 적힌 유대조견표는 지난 17일 주요 유업체들에 전달됐다.
따라서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가공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CNB에 “유제품 가격 인상이 논의 중이나 인상 시기나 인상 폭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업계 1위인 서울우유의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도미도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주부 오모(51)씨는 CNB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라면·과자 등의 소비가 크게 늘어 업체들이 큰 수익을 거뒀음에도, 하필 이 힘든 시기에 기습적으로 인상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회사원 박모(31)씨도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기분이 든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활품목의 가격이 올라 주머니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