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바코드 찍으면 자동결제
편의점에는 AI냉장고가 알아서 계산
휴대전화 개통도 혼자 무인매장에서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CNB가 달라진 산업 패러다임을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급가속하고 있는 무인화 기술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매일 아침 속보가 뜬다. 사용된 단어가 살벌하다. ‘집단감염’ ‘연쇄감염’ ‘확산세 계속’. 어제 본 그 표현과 엇비슷해 내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암울감이 고조된다. 연신 덩치를 키우는 코로나 탓이다. 그야말로 ‘코로나 포비아’의 역습. 아무리 공포물이 제격인 한여름이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다. 장르의 변경이 필요하다.
메가폰을 잡은 쪽은 IT와 유통 업계다. 연일 확진자 수 네 자리를 기록하는 엄혹한 상황에서 밀접 접촉자 수를 최소화하는 기술과 기기를 쏟아내고 있다. 사람을 요리조리 피해갈 비대면 체계가 편을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 되는 아이언맨 슈트처럼 진일보해 나오고 있다. 장르를 요약하면 미래지향적인 SF 정도 되겠다.
술 구매도 비대면 영역에 합류
‘철컥’
대한민국의 올림픽축구 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린 지난달 28일 성수동 이마트24 본점. 이 육중한 음을 듣고 냉기를 느끼기까지 30초 남짓 걸렸을까. 시원한 시청을 어시스트 할 맥주가 담긴 냉장고가 마침내 굳게 닫은 문을 스스로 열었다.
미리 준비한 에코백에 맥주를 담아 나갈 때까지 바투 접촉한 인원은 0명이었다. 주류 판매는 성인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직원이 직접 관여해야 하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비대면으로 가능했던 걸까?
이마트24와 신세계아이앤씨가 선보인 AI(인공지능) 기반 ‘주류 무인 자동 판매 머신’의 첫 번째 비밀을 풀 열쇠구멍은 QR(바코드) 리더기에 있다. 열쇠는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모바일앱 ‘PASS모바일운전면허증’이다. 실물 면허증을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앱에 등록이 되는 기능을 탑재했다. 앱 실행 후 바코드나 QR코드를 눌러 활성화 한 뒤 리더기에 대면 성인 인증이 완료된다.
이제 주류를 살 수 있는 자격은 확인됐다. 다음 문제는 계산이다. 우선 신용카드를 기기에 꽂는다. 결제수단을 선택하는 과정인데 현재 신용카드만 된다. 여기까지만 하면 준비는 끝났다. 잠긴 문이 열리면 원하는 상품을 꺼내고 다시 닫으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선택장애가 와도 괜찮다. 상품을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으면 결제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마트24 관계자는 CNB에 “주류 무인 머신에 적용된 AI 비전 인식 카메라가 상품의 개별 이미지를 인지해 계산하는 방식”이라며 “고객이 상품을 들어 올리는 것을 무게를 측정하는 매대가 감지해 최종 결제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류 무인 머신 설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산업 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신세계아이앤씨가 비대면 주류 판매의 실증 규제 특례 승인 허가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이마트24는 이 같은 냉장고 외에도 ‘스마트 벤딩머신’(주류 무인 자판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오프라인-온라인 경계를 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급성장한 시장 중 하나는 온라인쇼핑이다. 장보기 방식이 달라진 영향이 컸다. 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던 소비자들이 복작대는 것도 모자라 계산대 앞에 길게 줄서야 하는 것을 껄끄러워 하면서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갔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빚어지던 이 같은 밀집 및 정체현상을 뚫는 체계가 마련된 곳이 있다. 돌파 방식은 이른바 ‘하이패스 쇼핑’이다.
롯데마트는 고객이 직접 자신의 모바일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스마트결제’ 시스템을 강변점에 적용했다. 이 회사 오프라인 전용 앱인 ‘롯데마트GO’를 켜고 카메라로 상품을 읽거나 직접 바코드 숫자를 입력하면 구매할 품목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후 모바일로 결제하고 전용 출구에서 결제완료 QR코드를 인식하고 나가면 끝난다. 다만 주류와 부탄가스 등 일부 직원 확인이 필요한 상품의 경우에는 대면 응대가 진행된다.
롯데마트는 고객 반응을 살핀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결제’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시장이 또 있다.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2018년 1만 대 수준에서 코로나 촉발 이후 지난해 2만 대가 팔렸다. 올해는 더욱 뛰어 3만 대 가량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급증하자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삼성표’ 키오스크의 첫 선을 국내에 선보인 이후 아시아, 호주 등 해외 시장으로 판매 루트를 넓히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러 차별점을 뒀다.
우선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탑재해 호환성을 높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웹 표준 기술(HTML5, JavaScript, CSS)을 지원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키오스크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용이하다.
효율적인 매장 운영은 매직인포 원격 지원 기능이 돕는다. 관리자는 이를 통해 전국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으며, 문제 발생 시 원격 제어를 통해 증상 파악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보안의 벽도 높이 세웠다. 다중 계층 보안 솔루션인 삼성 녹스(Knox)를 적용해 해킹 등 외부 위협 요소로부터 하드웨어, 결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을 안전하게 보호해준다.
고성능 SoC(System-on-Chip) 기반으로 별도 PC 없이 콘텐츠 관리와 결제가 가능하며 카드리더기, 영수증 프린터, QR·바코드 스캐너, NFC, 와이파이 등 키오스크의 기본 기능도 탑재했다.
넓혀진 이통사 무인매장 지형도
확장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 하던 무인매장도 발을 폭넓게 뻗고 있다. 특히 주목할 곳은 이동통신업계. 셀프 매장 도입 초기만 해도 고객이 어려운 관련 업무를 스스로 처리가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추가 무인점포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LG유플러스가 지난 3월 처음 서울 종로구에 연 ‘U+언택트스토어’이다. 오픈 이후 4개월 간 5000여명이 찾았다. 하루 평균 60여명이 다녀간 셈인데, 적어 보여도 그렇지 않다. 이 회사 분석에 따르면 유인 매장(직영점)의 방문객이 일평균 15명 이하임을 고려했을 때 무인매장에는 4배 이상이 찾은 것이다.
LG유플러스는 1호점의 성공을 발판 삼아 지난달 대구 중구, 광주 동구에 ‘U+언택트스토어’ 2호점과 3호점을 열었으며 올해 안에 부산광역시와 대전광역시에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KT는 지난 1월 대구 동성로에 무인매장 1호점 ‘KT셀프라운지’을 연 가운데 연내 서울 가로수길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소비자들도 직원과 대면하기 보단 까다롭더라도 알아서 매장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매장 이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키오스크와 자판기 등 다루기 쉬운 장비 위주로 도입했다. 이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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