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극과 극’인 두 명의 기자
맵찔이 선 기자 “활활 타는 맛”
맵부심 전 기자 “뭐야? 싱겁네”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모이지도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하는 ‘자제의 시대’. CNB가 대신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같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해보니 알게 된’ 후기가 안방으로 배달 갑니다. <편집자주>
이젠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길 법하다. 독특하다 못해 희한한 음식이 쏟아지고 있어서 그렇다. 참깨라면맛 과자, 민트초코맛 치킨을 처음 접했을 때 경악한 이가 적잖았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상식파괴 제품이 물밀듯 나오다 보니 이젠 그러려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내성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일까? 가히 끝판왕급이 나타났다. 이번엔 매운 아이스크림이다. 롯데제과가 이달 초 출시한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는 이름서부터 얼큰한 기운이 전해진다. 과연 치즈떡볶이를 얼려 먹는 맛일까, 매운맛 한 스푼 얹었을 뿐인 그저 아이스크림일까. 맵찔이(매운맛에 약한 사람) 기자와 맵부심(매운걸 잘먹는 자부심) 있는 기자가 먹어봤다.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맛
포장지에 검정과 빨강을 주로 썼다.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극강의 매운맛을 나타내는 색상 조합이다. 맵찔이 선명규 기자는 “뚜껑을 열기도 전에 땀구멍이 열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적색경보 같은 포장지와 달리 내용물의 색은 비무장지대처럼 평온했다. 아이스크림을 감싼 떡 부분에 연한 주황빛이 돌았다. 매콤한 속내를 품고 있을 거라곤 상상이 안 되는 생김새였다. 반으로 갈라보아도 반전은 없었다. 매화를 닮은 연노랑의 아이스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맵부심 전제형 기자는 이 알쏭달쏭한 제품의 첫 인상을 ‘홍시’에 비유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주황색 떡에 할라피뇨 성분이 들어갔고, 아이스크림 안에는 매운맛을 내는 칠리파우더 칩이 박혀있다’는 게 롯데제과의 소개. 제품 설명이 경고문처럼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콜록콜록” VS “계피사탕 수준”
흔히 매운 음식을 접했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부위를 지목해 평가한다. ‘혀’가 얼얼하다거나 ‘위’가 쓰리다고. 이건 둘 다 해당된다. 전자로 시작해서 후자로 옮겨간다. 선 기자는 “혀가 아리다가 이내 속에서도 불이 난 듯하다”고 했다. 이어 “청양고추를 얼려 먹으면 이런 맛”일 거라며 연방 기침을 했다.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맛이다.
반면 전 기자는 “실망했다. 계피 사탕 먹는 수준이다. 맵다는 표현도 과하다. 혀에 약간의 자극이 있다는 것만 인정하겠다”며 맵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말에 혹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는 “평소 국밥집에 가면 절인고추 30개는 먹고 아구찜 정도는 애교 수준이며 마라탕 3단계는 돼야 맵다는 표현을 붙인다”며 본인의 능력치를 술술 읊었기 때문이다.
원스톱 해장에 제격
콧물과 땀을 닦고 정신을 차린 선 기자는 맛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했다. “명색이 제품명에 치즈떡볶이가 들어가는데 치즈맛은 온데간데없다. 약간 느끼한 맛이 나기는 한데 이 정도 가지고 치즈맛을 내세운 건가 의문이 든다”고 평했다. 이 제품에는 크림치즈와 체다치즈를 합친 가공치즈 1.4%가 들어갔다.
전 기자는 “떡볶이 맛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찰떡에서 대리만족하면 되는 건가”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 제품에는 떡볶이맛 쿠키가 1% 들어갔다.
둘의 매운맛 소화력이 극과극인 만큼 의견은 대체로 “악! 매워!”와 “뭐야? 싱겁네?”로 엇갈렸지만, 그러면서도 각자의 추천요소는 있었다.
전 기자는 “매운맛만을 기대하고 먹으면 실망할 수 있으나 달콤한 맛에 알싸함을 더한 아이스크림 정도를 기대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선 기자는 “술 마신 다음날 얼큰한 빨간 국물을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선택해 쓰린 속을 달래는 이라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아무튼 백문이불여일식(食). 50만개 한정판매하니 궁금하면 마트로 달려가 보시길.
(CNB=선명규·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