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해외 총 매출(수출+해외법인의 매출)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농심은 연말까지 전년 대비 약 24% 성장한 9억9000만달러의 해외매출이 예상된다고 4일 밝혔다.
미국, 중국 등 주요 법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고, 코로나19로 세계 라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수출실적 또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신라면을 비롯한 짜파게티, 너구리 등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과 판매가 늘어났고,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지로 빠르게 번지면서 간편식 수요와 맞물려 라면 소비가 급증했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현지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수출물량을 늘리면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했다.
수출 전선인 유럽시장은 영국, 독일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영국의 테스코, 모리슨, 아스다, 독일의 레베, 에데카 등 메이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영업망을 구축해 코로나 발생 이후 현지 라면수요를 적극 흡수했다. 농심의 올해 유럽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해외시장은 미국이다.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법인 매출은 약 3억2600만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8% 성장한 수치로, 미국은 올해 중국법인을 제치고 농심의 해외사업 선두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농심은 올해도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 메인 유통사를 중심으로 매출 확대에 나섰다. 실제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 매출이 각각 47%, 3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주요한 영향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건강한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라며 “라면을 선택할 때도 좀 더 고품질의 라면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농심의 신라면 브랜드가 이와 잘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은 농심 해외사업의 핵심이다. 올해 신라면 브랜드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한 약 3억9000만달러로 예상된다. 농심 해외사업의 40% 가량을 홀로 담당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는 제품이다.
농심은 내년 해외사업 매출 목표를 올해보다 12% 높은 11억1000만달러로 잡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세계 라면기업 순위에 따르면, 농심은 세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해 한국기업으로는 최초로 5.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5.7%의 점유율로 6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세계 라면 점유율 1위는 중국의 캉스푸다. 올해 예상 점유율은 13.4%. 캉스푸는 중국 1위 라면 메이커로 홍샤오니우로우미엔(홍소우육면) 등 인기제품을 주로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2위는 인스턴트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일본의 닛신이다. 닛신은 일본 1위 라면회사다. 9.9%의 점유율로 글로벌 진출이 활발하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7.5%), 일본의 토요스이산(7.3%)이 뒤따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농심의 상승세다. 세계 라면 톱 5 기업 중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기업은 농심이다. 농심은 지난 2017년 5.0%의 점유율을 3년 만에 5.7%로 끌어올렸다. 반면 캉스푸와 닛신, 인도푸드는 3년 전 점유율과 비슷하다.
올해 농심은 3위인 인도푸드와의 점유율 격차가 1.8% 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격적인 글로벌 사업 행보로 볼 때 수년 내 세계시장 3위 자리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의 판매 호조와 미주지역 전체를 아우를 미국 제2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어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코리아 총괄연구원은 “코로나19로 해외에서 라면 수요가 늘어났는데 농심이 이 기회를 잘 살려 각국 시장을 깊숙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