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를 거쳐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향해 치닫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무직자가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는 반면 노동을 통해 급여를 받는 세대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 하에서는 생산가능인구의 세금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임금을 인상시켜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은 기업에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생산성이 향상돼야 품질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상승시켜 임금인상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세계미래보고서는 우리나라 인구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낮은 출산율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경제성장은 인구증가와 함께 생산성 향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구감소 구조 하에서 경제성장은 생산성 향상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보편적 시각이다. 근래에 접어들어 해외에서는 최저임금을 사회정책이나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점진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를 실시해 생산성 향상에 성공한 영국은 수년 전부터 어느 정도로 최저임금을 올릴 것인가에 대한 전망을 발표해왔다. 경제전망이 바뀌면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이는 곧 정부가 기업에게 사업모델을 변혁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기술혁신, 설비투자, 구성원들의 재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정부는 이 점을 고려해 중장기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할 것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노동시장에도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가격 형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노동자의 임금을 시장가격에 적용해 균형가격보다 높게 잡으면 공급은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해 결국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그들의 가설은 부정(reject)되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 답 있다
영국에서는 2018년에 25세 이상의 최저임금이 7.83파운드로 오르면서 1999년 3.6파운드의 2.2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실업률은 4.0퍼센트로 197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1971년부터 2018년까지의 평균 실업률 7.04퍼센트보다 크게 밑돌았다는 통계치에 비춰보더라도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가설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데이비드 앳킨슨(David Atkinson)은 최저임금의 인상 정도는 경영자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할 정도의 충격을 주는 것이 좋으며 기업의 도산이 증가하거나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지 않을 정도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생산성 향상에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노동자들의 의욕이 높아져 기술 향상을 위한 연수의 참여율도 높아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 결과, 이직률이 낮아져 이직자의 증가에 따른 기업의 구인 비용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돌입한 일본은 그동안 세계 4위의 인재 평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28위에 머문 것은 최저임금의 인상률이 1976년 이후 연평균 3.1퍼센트 밖에 안되는데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것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고작 1.28퍼센트에 불과한 것이다.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동안 타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제 성적표를 받는 이유는 값싼 노동 임금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낮은 노동 임금은 신고전파 경제학 이론을 적용해 오직 가격경쟁만을 고집한 기업인들의 지나친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기업인들 가운데 혹시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신고전파 경제학자들과 같은 관점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일본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기업운영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망국적 양극화 해소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
*구병두(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및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