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지난 10일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푸르덴셜생명보험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서 치열했던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본입찰 유일한 SI(전략적 투자자)인 KB금융으로 확정된 것.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우리보다 저금리를 먼저 겪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보험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은행업 보다 높다”며 “비가 올 때 우산을 갖춘 충실한 사람들은 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으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좋은 회사를 가지고 좋은 체질과 체력으로 가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100%지분 인수 금액은 PBR 0.78배 수준이다.
2019년도 말 KB금융의 BIS비율은 14.5%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오랜 기간 보험사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면밀히 준비해 옴에 따라 타사 대비 높은 BIS 비율을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지난 1분기 후순위채 발행 및 향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철저한 자금조달 계획 이행을 통해 인수 이후에도 안정적인 이중레버리지비율과 BIS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KB캐피탈(구 우리파이낸셜), 2015년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 인수, 2016년 KB증권(구 현대증권)인수 등 대형 M&A를 성공적으로 이뤄 낸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통해 은행 및 비은행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생명보험업계 최고의 지급여력비율(2019.12월말 RBC 425%), 안정적 이익 창출력, 업계 최고수준의 우수설계사 등 우수한 펀드멘털을 보유한 ‘알짜 매물’로 평가받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전에 KB금융지주, 대만계 푸본 그룹,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도전장을 내밀며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이미 예비입찰 때부터 예견됐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 인하로 보험업 전망이 악화된 가운데 금융시장마저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결국 본입찰에서 모 PE는 장고 끝에 기한을 넘겨 뒤늦게 참여하고, 또 다른 PE는 LOC 발급 문제로 낮은 금액에 입찰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본입찰 결과, 2조원 이상의 입찰가를 제시한 일부 후보들이 근소한 차이로 경합을 펼치고 있음이 확인되자 매각측은 KB금융,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를 대상으로 인수가를 올리기 위한 재입찰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반적으로 호가를 올리기 위한 프로그레시브 딜과 달랐던 점은 재입찰 기한 내에 최종 인수후보들과 SPA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SPA 협상을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과 미국 내 확산,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우려로 푸르덴셜 매각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입찰가 못지않게 거래종결 확실성이 중요해 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매각측이 예비입찰부터 본입찰, 재입찰까지의 진행 과정에서 초지일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이던 KB를 최종 인수자로 선택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IB업계에 따르면 최종 제시가격에서 KB금융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재입찰 최종 인수가격에서 본입찰 가격 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며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다양한 M&A 성공경험과 승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KB금융이 거래종결 확실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KB금융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도 이번 인수전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 금융, 법률, 회계, 리스크,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KB금융 사외이사들은 푸르덴셜생명 입찰과 관련하여 전폭적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진행 과정에서 긴밀하게 모니터링 하면서, 경영진에게 많은 자문과 의견 제시 등을 통해 이번 M&A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KB측은 코로나감염증 확산과 금융환경 악화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생보사 인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탁월한 전략을 바탕으로 알짜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보험을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며 비은행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리딩금융그룹 타이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