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의 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부터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이후 5일 자정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판사는 “범죄 성립 에 있어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그동안 수사과정을 고려했을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각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권 의원은 2013년 11월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에게 자신 밑에서 일했던 인턴비서 등 측근 10명 이상을 채용하도록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사장은 청탁 대상자를 합격시키고자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그러나 정작 권 의원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지위와 진술 내용, 증거 등에 비춰 볼 때 혐의 가 성립하는 데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허 판사는 지난달 20일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청구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부인 이명희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일부 네티즌은 ‘프로 기각러’라고 지적하는 등 과거 영장을 기각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명희씨의 영장을 기각했을 당시 허 판사는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 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5월30일 MB정권 시절 야권‧진보 인사 불법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가정보원3차장 이종명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허 판사는 “도망우려가 없고 증거들이 수집돼 있어 증거 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4월18일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이후 검찰국장의 지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인사를 단행한 혐의로 파문을 일으킨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많고 현재 이뤄진 수사내용과 피의자의 주거 등에 비춰 구속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또한, 김관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기각이유로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인 본 사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여러 증거를 종합해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 인멸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유를 밝혔다.
허경호 판사의 영장 기각 사례가 잇따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권성동 의원 영장 기각한 허경호 판사 파면하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도 ‘법 정의를 외면하는 판사는 자격이 없다’,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분노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허경호 판사는 상문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 학사를 졸업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해치르고 법복을 입은 그는 속초지원, 서울고법, 서울동부지법을 거쳐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