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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61년 만에 '학사모' 쓴 80대 만학도 '화제'

동아대 졸업생 김영택 씨, 졸업식서 표창장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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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원석기자 |  2018.02.23 13:39:57

대학에 입학한 지 60여 년 만에 졸업한 학생이 있어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 21일 동아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영택(사진·83)씨다.

서울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1957년 동아대에 입학한 김씨는 2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니다가 '미등록 제적'을 당했다.

김씨는 당시 준비했던 등록금을 친구에게 빌려줘 2학기 등록에 실패했다. 절친한 사이였던 친구가 “갑자기 어머니가 아파 수술을 하게 됐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것. 김씨는 나중에 꼭 갚겠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흔쾌히 돈을 빌려줬지만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려받지 못했다. 부모님께 이 일을 말하지 못하고 김씨는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일반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직한 김씨는 삶에 여유가 생기자 끝내지 못한 학업을 떠올렸다. 소일거리를 하던 김씨는 학업을 마쳐야겠다고 생각, 지난 2014년 동아대 경제학과에 재입학했다.

김씨가 팔순 고령에 다시 대학생이 된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은 너도나도 김씨를 말렸다. “그 나이에 졸업해서 취직을 하거나 박사가 될 것도 아니면서 굳이 대학교에 왜 들어가냐”는 말을 들었던 것. 그때마다 김씨는 “그런 것을 이룰 나이는 지났다. 단지 졸업하지 못한 게 한이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재입학한 김씨는 증손주뻘인 '동기'들과 학교를 다녔다. 그만큼 친해지기 어려운 사이였다. 동기들이 김씨를 어려워하자 김씨가 먼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것을 스스럼없이 묻는 등 '학업 메이트'가 되도록 노력, 동기들과 60여 년을 뛰어넘는 우정을 다질 수 있었다.

김씨는 학과 생활에 적극적인 학생이었다. 학과 행사가 열리면 매번 참석해 '개근 도장'을 찍었다. 이때 김씨는 취미로 하고 있던 '사진 찍기' 능력을 발휘했다. 경제학과 전담 사진사를 자청해 행사 사진을 찍어 과방에 전시키도 했다.

만학도임에도 '부전공'으로 일본학전공 수업까지 들었던 김씨는 '교수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 김씨에게 수업을 끝낸 교수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했던 재밌는 에피소드도 떠올렸다. 김씨는 “그럴 때마다 같이 고개를 숙였는데 죄송하면서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교수들의 도움도 김씨가 학업을 이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됐다. 김씨가 다시 입학한다고 하자 용기와 격려를 보냈던 교수들은 김씨에게 필요한 전공서적 등을 제공해줬다.

지난 3년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난 21일 부민캠퍼스 다우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김씨는 '사회과학대학장 표창장'을 받았다. 사회과학대학은 “김씨가 학업에 대한 높은 의지로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모범을 보여주고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학교생활에 충실해 표창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간 해왔던 노력들이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서울에 있는 자식들에게 소식을 알렸더니 본인 일처럼 좋아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동아대에서 대학 생활을 두 번 한 만큼 모교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김씨는 후배들에게 “대학 생활이 짧으면 짧다”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졸업하면 기억에 남는 추억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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