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학예연구실장 김유식)은 오는 4월 26일부터 6월 19일까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수집품’ 특별전을 연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일제강점기(1910~1945) 일본인들이 수집한 한국・중국・일본 관련 문화재 1,302건 2,653점(금속519점, 도토제1,236점, 서화695점, 기타203점)이 소장품이 있다.
이 문화재의 일부는 광복 직후 박물관으로 입수되었고 또 그 나머지는 1963년 광복 당시 숨겨두었던 비밀 창고가 발견되어 박물관으로 이관돼 등록 관리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도자기’, ‘회화’, ‘중국 청동용기’, ‘보존과학’ 과 ‘일제강점기 복제된 우리문화재’등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고려청자, 근대회화, 중국의 고대 예기 등 200여 점과 광복 이후 입수현황을 알 수 있는 관련 문서 등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에 수리 및 복원된 문화재를 전시하여 20세기 초의 박물관 기능과 보존처리 기법도 함께 소개한다.
제1부 도자는 19세기 초 개성 밭에서 우연히 발견된 고려청자를 계기로 일본인은 고려청자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 예로조선총독부 초대통감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고려청자 수집광이었고 이왕가 박물관을 설립한 고미야 미호마쯔(小宮三保松) 역시 집안 가득 문화재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 후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등 일본인 3명으로부터 접수해 국립경주박물관에 입수된 도자는 모두 574점입니다. 이 중 한국의 고려청자⋅조선백자⋅분청사기⋅청화백자와 중국 서진시대 청자⋅북송시대 월주요 청자⋅자주요 백자 및 일본의 20세기 초 유행한 이마리도자⋅라쿠양식 도자 등 103점을 전시한다.
제2부 서화는 조선시대 건국초기부터 도화원圖畵院이 설치되어 사대부와 화원들이 당시 회화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화원화가의 전통은 조선후기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정선의 진경산수,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 등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식민정책을 강화하기 위하여 조선미술을 독창성 없는 중국의 아류로 보려는 풍조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화풍을 따른 이인문과 심사정의 정형산수화를 더 애호하였고, 일본의 우키요에와 유사한 화조도나 풍속화 수집에 치중했다.
또 일본서화의 경우에 에도시대 이후 인물도와 화조도를 포함하여 서양화법이 가미된 풍경화 수집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이밖에도 제국주의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그려진 불화를 다수 수집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일본인의 미술품 애호 성향이 반영된 서화 15점이 공개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제3부는 중국 청동용기인데 이것은 제작된 시기에 따라 청동예기靑銅禮器와 방고청동기仿古靑銅器로 나눌 수 있다.
청동예기는 중국 상주시대商周時代(기원전16세기~기원전771)부터 한대漢代(기원전206~기원후220)까지 제작되었다. 고대 중국의 황실과 귀족들이 제사, 연회, 전쟁 등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한 용기로 사용자의 지위와 신분, 권력에 따라 엄격한 제한이 있었다.
용도에 따라 음식 담는 그릇(食器), 술 담는 그릇(酒器), 물 담는 그릇(水器)으로 나눌 수 있고 방고청동기는 북송北宋(960~1127)부터 청대淸代(1644~1911)까지 제작된 고대 청동예기의 모방품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문화재 이외에 중국문화재도 다수 수집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들이 수집한 중국 청동용기 53점을 소개한다.
제4부 보존과학 전시는 문화재보존을 이해하고 문화재를 과학의 눈으로 다시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하였다.
2016년은 박물관 6대 기능에 속하는 보존保存이 국립박물관에서 그 역할을 시작한지 40년이 되는 해다. 이번 특별전 전시품들이 수집되었던 일제강점기당시의 보존기술에 주목하여 현대의 보존기술과 비교해보고자 한다.
문화재의 보존에 얽힌 이야기와 과학의 시선視線으로 관찰하면서 문화재와 보존과학을 새롭게 느껴보기 바란다.
제5부는 일제강점기에 복제된 우리문화재로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전傳 경주 입실리 출토 청동기 5점은 1970년대 경주박물관에 근무한 이건무 전前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의해 박물관 소장품의 복제품이라는 사실이 판명되었고, 2007년 학술발표에서 일반에 소개되었다.
이 입실리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1920년 동해안 철도공사 중 발견되었다가 산일散逸된 것으로 조선총독부박물관이 1921년 일본인 모로가 히데오(諸鹿央雄)에게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복제품의 정확한 출처와 복제 목적 등을 알 수 없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책 ‘고고학관계자료모형도보考古學關係資料模型圖譜(1931년)’와 ‘고고학관계자료모형목록考古學關係資料模型目錄(1930년)’의 존재를 확인하였고, 이 책을 검토 결과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복제품들은 일제강점기 교토제국대학(京都帝國大學) 교수 하마다 고사쿠(濱田耕作)가 추진한 동서양 중요문화재 모형제작프로젝트의 결과물(총 230여점) 중 일부이며, 모형 제작은 교토에 위치한 우에노제작소(上野製作所)에서 진행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또 전시에서는 ‘고고학관계자료모형도보’ 실물을 공개하며, 경주 입실리 출토 진품 청동기와 복제품을 비교 전시한다. 또한 이 책에 수록된 전傳 충남출토 동경(접수546) 복제품 1점도 함께 내어 그 동안 의문으로 남았던 이들 복제품들의 출처와 성격을 보여준다.
특히 특별전은 광복이후 국외 반출 위기에 직면했던 우리 문화재를 포함한 국외 문화재를 우선적으로 공개하는 자리로 일본인이 수집하였던 접수품에 대한 기초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차원에서 장소를 제공한 것이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지속적인 연구와 자료 보완 작업을 진행하여 연차적으로 접수품 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이 자료에 대해 더욱 자세한 내용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 연구사 오세은(☎054-740-7539)에게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