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학부생이 분자의 특성을 더욱 정확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김이영(여, 22) 학부생(자연과학부 4)은 물리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달 27일 공동 1저자로서 논문을 발표했다.
피지컬 리뷰 레터스는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로 현대 물리학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며, 물리학 분야에서는 '네이처'나 '사이언스'만큼 저명하다.
조범석 UNIST 교수(자연과학부)는 "학부생이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논문을 발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지도교수로서 무척 기쁘다"며 "김이영 학부생이 아니었으면 이번 연구결과가 가설에 그칠 뻔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번 논문에 공동 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서울대 공동 연구팀의 연구 데이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해서다.
서울대 정두수 교수와 손성남 박사과정생 연구팀은 세기가 약한 ‘펄스형 정상파’로 분자를 분산시켰으나 실험 결과를 정확히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조범석 UNIST 교수(자연과학부)는 분자의 회전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편극률이 연구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했고, 김이영 학부생이 이를 분자궤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간별로 변화되는 분자의 속도를 분석해 조 교수의 가설을 규명했다.
편극률은 외부의 전기적 힘에 의해 분자가 전기 극성을 가지는 정도를 의미하며, 분자의 회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분자에 전기장이 가해지면 편극률에 따라 전기 극성이 유도되고, 이때 유도된 전기 극성과 전기장이 상호 작용해 분자의 병진(직진) 운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게 된다. 그러므로 적합한 형태의 전기장을 고안해 분자에 가하면 원하는 회전 상태의 분자만을 구별해 분리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기존 연구자들이 간과한 편극률을 고려해 분석함으로써 극성을 띄지 않는 분자들을 회전상태에 따라 분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초석을 마련했다"며 "그 결과 다양한 분자의 성질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연구실에서 연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연구에만 매진해 분자의 성격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일반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