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조각의 질감이나 그 조각 위에 놓여 있는 여러 종류의 소품들이 각자의 특징을 드러낸 채 화면에 자리한다.
김민지 작가의 그림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무 구조물들은 탑을 쌓듯 단단하게 화면의 중심에서 정물들 간의 균형을 잡고 있다. 하지만 곧 무너져 내릴 듯이 불안한 풍경을 동시에 드러낸다.
54개의 나무 블록을 쌓아 올린 후 하나를 빼내 다시 맨 위층에 쌓다가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보드게임의 일종인 '젠가'를 떠올리게 한다.
익숙한 화면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화면으로 현실의 오브제를 화면에 그대로 옮겨낸 듯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들이 11월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로 본화랑(대표 이승훈)에 '바벨 젠가'라는 이름으로 걸린다.
작가 김민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나무 블록의 탑은 바벨 타워라는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신화 속 이야기를 재구성 하거나 작가의 정서나 관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사소한 열망들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위태로움을 무심한 듯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열망이 만들어 낸 인간의 욕심은 많은 것을 잃게 하지만, 그 시작은 작으며 일상의 소소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위태로운 경계 위에 여러 오브제를 세움으로써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인간의 욕심과 불안에 의문을 던진다.
매끄러운 표현과 투박함, 익숙한 곳에서 느끼는 낯설음의 경계 사이에서 그려진 그림은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현실 속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CNB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