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Bable Jenga - Story IV’. 캔버스 위에 오일, 100 x 100cm, 2015.
나무 조각의 질감이나 그 조각 위에 놓여 있는 여러 종류의 소품들이 각자의 특징을 드러낸 채 화면에 자리한다.
김민지 작가의 그림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무 구조물들은 탑을 쌓듯 단단하게 화면의 중심에서 정물들 간의 균형을 잡고 있다. 하지만 곧 무너져 내릴 듯이 불안한 풍경을 동시에 드러낸다.
54개의 나무 블록을 쌓아 올린 후 하나를 빼내 다시 맨 위층에 쌓다가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보드게임의 일종인 '젠가'를 떠올리게 한다.
익숙한 화면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화면으로 현실의 오브제를 화면에 그대로 옮겨낸 듯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들이 11월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로 본화랑(대표 이승훈)에 '바벨 젠가'라는 이름으로 걸린다.
▲김민지, ‘Bable Jenga - story II’. 캔버스 위에 오일, 65.1 x 100cm, 2015.
작가 김민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나무 블록의 탑은 바벨 타워라는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신화 속 이야기를 재구성 하거나 작가의 정서나 관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사소한 열망들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위태로움을 무심한 듯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열망이 만들어 낸 인간의 욕심은 많은 것을 잃게 하지만, 그 시작은 작으며 일상의 소소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위태로운 경계 위에 여러 오브제를 세움으로써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인간의 욕심과 불안에 의문을 던진다.
매끄러운 표현과 투박함, 익숙한 곳에서 느끼는 낯설음의 경계 사이에서 그려진 그림은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현실 속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CNB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