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역사 ‘진로’, 이제는 해외서 도약
‘쓴소주’ 벗어나 다양한 맛으로 세계 공략
수출 차원 넘어 현지에 생산공장 짓기도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하이트진로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국내 주류시장의 전체적인 볼륨이 줄어들고 있어요. 기업들이 해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지금은 K-소주가 핵심이에요. 레귤러 소주와 과일 소주를 앞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요.” (지난 8일 하이트진로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
코로나19 이후 음주문화가 한풀 꺾였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인해 국내 주류 업계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국내 대표 주류 기업인 하이트진로가 해외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선봉장은 대표 브랜드인 ‘진로(Jinro)’가 맡았다.
진로는 과거 ‘희석식 소주의 대중화’ 전략을 앞세워 증류주 중심이던 국내 주류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냈다. 이후 제품 경쟁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소주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50년 넘도록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과감한 마케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태국 최대 규모의 해변 음악 축제인 ‘세멧 인 러브 뮤직 페스티벌 2025’에 참여해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진로는 행사에 유일하게 참여한 주류 브랜드로, ‘진로바(JINRO BAR)’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레몬에이슬 시음존’, ‘두꺼비 캐릭터 포토존’ 등 브랜드 체험 콘텐츠를 운영하며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영국에서도 K-소주의 매력을 알렸다.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 ‘테이스트 오브 런던’에 참가해 단독 부스 ‘디스커버리 바’를 운영하고, 행사 기간 동안 ‘과일리큐르’와 ‘참이슬’ 시음 경험을 제공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진로는 행사장 내 소비자들과 주요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새로운 음료 트랜드’로 언급됐으며, 가장 주목받은 신규 부스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 뉴욕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3 뉴욕 팬 이벤트’에 단독 브랜드 파트너로 참여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진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는 스포츠 및 페스티벌 후원 활동을 통해 해외 영업 범위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진로 소주, 필리핀서 매년 40% 넘게 성장
마케팅뿐 아니라, 다양한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필리핀 시장’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필리핀은 2024년 기준 1억여명이 넘는 인구와 5.6%의 경제 성장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시작했다.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와 SM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유통 업체와 제휴를 맺으며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 대비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으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 차원을 넘어 아예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는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소주 공장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베트남 공장은 축구장 11배 규모인 약 2만 5000평(8만 2083㎡) 규모로 조성되며, 스마트 팩토리 형태로 구축될 예정이다. 연간 최대 500만 상자 생산이 가능하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하이트진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전략적으로 선정해 새로운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통 채널 확장, 팝업스토어 운영, 브랜드 체험 공간 제공 등 현지화 작업을 통해 글로벌 영토를 꾸준히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CNB뉴스에 “현재 약 80여 개국에 진로 소주를 수출하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지난해 발표한 ‘JINRO의 대중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CNB뉴스=이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