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6세의 노옹(老翁)이 자신의 사후에도 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하는 필생의 과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시가 30억 상당의 땅을 쾌척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사단법인 부산서구사랑의띠잇기봉사단후원회(이하 '사랑의 띠잇기')의 김허남 이사장(전 국회의원)이 미담의 주인공으로 오는 14일 임야와 밭 1천500평을 ‘사랑의 띠잇기’ 에 기증한다.
‘사랑의 띠잇기’ 는 김 이사장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을 후원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지역인사 8명과 함께 창립한 후원단체이다. 창립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후원 회원 1만여 명에 연간 지원액이 10억 원이 넘어 매월 100세대에 백미 등 각종 생활용품을 전달하는 것을 비롯해 저소득층 자녀의 학원비·교복·공부방 지원과 소원을 들어주는 ‘산타포유’ 행사 개최, 장학금 전달, 사랑의 집 만들기, 사랑의 연탄나누기, 다문화가정 합동전통혼례 등 다양한 후원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이번 땅 기증은 기존 후원 활동과는 별도로 김 이사장이 한평생을 바쳐온 ‘굶는 사람 없는 서구 만들기’ 를 위한 것으로 땅 매각 대금의 이자 전액을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한 밥 한 끼’ 에 사용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이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밥 한 끼에 천착하는 것은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학교 법대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던 중 한국전쟁 발발로 부산으로 피란을 내려온 김 이사장은 전란 속에서 야간 학교를 운영하면서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월급을 털어 밥을 먹였다.
특히 휴전 후 1954년 천마산 기슭에 백민학원을 설립해 현 송도중과 부산관광고를 운영하면서 결식학생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해오고 있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결식학생들이 집에서도 끼니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낸 것이 오늘날 ‘사랑의 띠잇기’ 백미 기증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김 이사장은 “배고픈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국가가 1등 국가이며, 나라사랑과 민족 사랑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돈을 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눠줄 수 있지만 내 사후에는 어떻게 될 지 자나 깨나 걱정이다. 내 사후에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계속 쌀을 나눠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 고 땅 기증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일이 계기가 돼서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나서서 각 지역별로 재단이 설립해서 ‘굶는 사람 없는 세상 만들기’ 가 전 국민이 동참하는 운동으로 들불처럼 일어난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