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햇볕이 내리 쬐는 지난 9일 낮 하동군 적량면 괴목마을 A씨(62)의 매실농장. 1만㎡ 가량의 농장을 혼자서 운영하는 A씨의 일터에 일단의 젊은 일꾼들이 몰려들었다.
저마다 일하기 편한 작업복 차림에 넓은 챙 모자를 눌러쓴 이들은 가슴 쪽으로 매실을 담는 걸망을 두르고 탐스럽게 열린 매실을 따느라 여념이 없다.
30℃를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속에 구슬땀을 흘린 이들은 적량면사무소 직원 12명과 산림녹지과 직원 10명, 체육시설사업소 직원 5명 등 군청 공무원 27명.
농번기를 맞고도 일손이 모자라 애태우는 농가를 돕고자 공무원들이 팔을 걷고 나선 것. 이들은 이날 A씨 매실농장의 3분의 1이 넘는 3350㎡에서 매실 2500㎏을 땄다.
막바지 모내기와 과실 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요즘 농촌은 고령화·부녀화에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외지의 기관·단체나 봉사단체, 대학생 농활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이에 하동군은 일손부족으로 적기영농에 차질을 빚고 있는 농가에 도움을 주고자 대대적인 일손 돕기를 전개하고 있다. 평소에도 봄 영농철과 가을 수확기에 일손을 돕고 있지만 올해는 더욱 신경을 쏟고 있다.
군은 녹차 수확시기인 지난 4월 23일부터 농촌일손 돕기를 시작해 실과소와 읍면 직원들이 돌아가며 지금까지 18일째 부족한 일손을 메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노약자, 부녀자, 보훈가족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꺼번에 많은 일손이 필요한 녹차, 매실, 산딸기, 마늘 수확에 주로 지원되고 있다.
그렇게 4월 하순부터 10일 현재까지 28개 실과소와 읍면에서 250여명이 참여해 13개 읍·면의 21개 마을 농가에서 일손을 도왔다. 지금까지 수확면적은 8.3㏊.
또 이 기간 공군 8357부대와 육군 8962부대 5대대 장병, 하동화력본부, 소방서 직원들도 녹차와 매실, 마늘 수확에 힘을 보태며 농가의 시름을 덜고 있다.
금성면 직원과 군부대 장병들로부터 마늘 수확 지원을 받은 윤종율 씨는 “마늘수확 시기를 맞고도 일할 사람이 없어 걱정했는데 공무원과 군인들이 도움을 줘서 걱정을 덜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군은 매실·마늘 수확과 함께 본격적인 출하시기를 맞은 블루베리 같은 과수와 채소 등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작목을 중심으로 일손 돕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러면서 농업기술센터와 13개 읍·면이 운영하는 인력알선창구를 통해 지역의 유관기관은 물론 외지의 향우, 자매결연 단체, 봉사단체 등을 대상으로 일손 지원을 권유키로 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는 메르스의 영향으로 도시민의 일손 돕기가 뚝 끊기면서 일손 부족이 더욱 심화한 편이다" 며 "적기 영농을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공무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부족한 일손을 메우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