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각 은행들은 주거래 고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계좌이동제를 담은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당국은 올해 안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어 자칫 소비자보호에 구멍이 날 우려가 제기된다. (CNB=이성호 기자)
관련법개정안 2년 간 국회서 낮잠
금융위, 은행 설득해 올해 안 시행
시행하다 중단해도 제재 장치 없어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급여·공과금·통신비 이체거래 등도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을 이른다.
엄밀히 따지면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제와 같이, 타 은행으로 계좌가 완전히 넘어가는 방식은 아니다. 기존 거래은행 계좌는 그대로 살아있어 잔액도 그대로 보관돼 있으나, 출금이체와 납부자 자동이체 목록만 이전되는 것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4일 CNB에 “기존 계좌가 유지되긴 하지만 타 은행 계좌로 자동이체 항목이 이동되면 아무래도 주거래계좌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계좌이동제 뿐 아니라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보험사 등 결제계좌 허용 등을 통해 이른바 핀테크(금융+IT기술) 시대에 걸맞게 금융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복안이다.
문제는 관련 법률 개정이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앞서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은 2013년 8월 계좌이동제를 담은 ‘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배기운·강기정·이석현·김윤덕·이원욱·배재정·김춘진·우윤근·홍종학·변재일·유승희·양승조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함께했다.
개정안은 소비자가 주거래은행을 변경할 때 새로 거래하는 은행이 종전의 거래은행으로부터 고객의 자동계좌이체목록 등을 이전받는 조치의무를 부여했다.
소비자 편의성 향상 뿐 아니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금융회사로의 이동을 용이케 해 금융사간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야가 정쟁을 지속하면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현재 국회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2년 째 계류 중이다.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금융당국은 계좌이동제를 당초 2016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앞당겨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되고 있는 것.
벌써부터 우리은행·IBK기업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하나금융 등은 주거래 고객 확보를 위해 혜택을 늘린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좌이동제는 법 개정과 상관없이 은행업권의 자체적인 서비스 개선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며 “2013년 11월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측도 “은행들 입장에서는 유치쟁탈전이 치열해 질 수도 있지만, 고객 편익을 위해 법 규정 없이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고객 편의 및 은행권 경쟁촉진 등을 위해 ▲2014년 은행 등 관계기관 협의 ▲2015년 시스템(금융결제원) 준비 ▲2016년 본격실시 등 계좌이동제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이처럼 계좌이동제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 목소리도 높다. 은행법 적용을 벗어난 계좌이동제는 추후에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CNB에 “소비자들이 자동이체가 연결돼 있어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는 데 많은 불편을 겪었기에 계좌이동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은행들이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는 등 문제 발생 가능성도 있기에 은행법이나 감독규정에 소비자권리로 명시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계좌이동제를 시행하다가 중단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가령 A은행에서 주거래 고객을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뒤쳐진다고 판단 시, 발을 빼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법안을 발의한 이종걸 의원실 측은 “은행법 개정 없이 계좌이동제가 가능한지 여부는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CNB=이성호 기자)
주요 기사
![[단독] SK 최태원-노소영 재판 열쇠…‘노태우 비자금’의 비밀](https://www.cnbnews.com/data/cache/public/photos/cdn/20241147/art_1732176613_176x135.jpg)
ⓒ 2004~2024 Copyright by CNBNEWS. All rights reserved. (주)CNB미디어 사업자등록번호 : 206-81-40424 전화 02-396-3733 FAX:02-396-7330
대표이사 : 황용철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52-20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105 (2005.11.7) 발행일 : 2005.4.11 CNB뉴스 발행인·편집인: 황용철, 편집국장 : 도기천,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창림, CNB뉴스에 실린 내용 중 제휴기사, 칼럼 등 일부 내용은 CNB뉴스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 : 황용철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52-20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105 (2005.11.7) 발행일 : 2005.4.11 CNB뉴스 발행인·편집인: 황용철, 편집국장 : 도기천,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창림, CNB뉴스에 실린 내용 중 제휴기사, 칼럼 등 일부 내용은 CNB뉴스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