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는 삼성페이가 시동을 켰고, 인터넷은행 등 ‘안방금융’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사람의 일자리를 핀테크가 대체하면서 점포·인력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동반한 ‘제2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의 고유영역인 계좌결제 범위도 보험사로 넓혀지고 있다. CNB가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는 금융권을 들여다봤다. (CNB=이성호 기자)
삼성페이 시동…플라스틱카드 소멸 위기
기존 은행들 살길 찾기 ‘태블릿 브랜치’
점포·인력감축 대대적인 구조조정 속도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핀테크는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해 간편 송금·결제, 대출,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전통적 금융 업무의 대체를 통한 비용 절감 및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권 지각을 흔들 변수로는 먼저 삼성페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6월~7월중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삼성페이는 플라스틱 카드를 소지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기존 카드결재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는 물론 우리카드, BC카드, 하나SK카드 등이 삼성페이와 관련 제휴를 맺었고 해외업체로는 마스터카드 등 10여 곳과 손잡았다.
국내 카드사들은 시류에 따르면서도 표정이 썩 밝지 많은 않다. 고유의 플라스틱 카드 영역이 점차 사라질 수 도 있기 때문. 보완성마저 뛰어난 삼성페이가 활성화 될 경우 국내 카드업체는 삼성이라는 연결고리를 거쳐야 함에 따라 아무래도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현재 카드사 수익에 상당부문을 차지하는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대출도 모바일 업체로 넘어갈 수도 있어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인터넷은행 등장 초읽기
삼성페이 등 핀테크가 기존 금융권에 혁명의 광풍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최종방안’을 확정하고 이어 하반기에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무점포 영업이 가능해 지점이 필요치 않아 인터넷·모바일만을 이용해 시중은행처럼 예금수신·이체·대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현재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은산분리, 비대면 거래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가 TFT를 구성,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은행의 참여방안을 꾀하고 있다. 비금융권에서는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포털·SNS 업체들이 인터넷은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강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어 추이가 주시되고 있다.
기존 은행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신(新) 경쟁 대상이 출현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아니면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보험·증권사 결제계좌 허용이라는 민감한(?) 이슈까지 등장해 시중은행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보험사 등이 결제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자금이체(지급결제) 편의성 제고’를 담았다. 핀테크 시대를 맞아 금융업권의 벽을 허물어 고객 편의를 강구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결제계좌가 허용되면 보험사가 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고객들이 보험사 계좌를 통해 보험금·공과금 납부는 물론 급여이체, 카드대금 결제 등을 할 수 있다. 주관부서인 금융위에서는 협의체 운영을 통해 각 업권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 규정을 손볼 방침이다.
현재 보험사는 결제계좌를 만들 수가 없다. 이에 보험사들은 은행에 연간 1600억원 이상의 이체수수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는 지난 2009년 개인고객에 한정해 결제계좌를 허용하고 있으나 이번에 법인에게까지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고유의 핵심 업무를 내주는 꼴로 절대 불가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9월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은행 간 주거래 고객을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무한경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계좌이동제는 이동통신사 번호이동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주거래계좌를 타 은행으로 바꾸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급여·공과금·통신비 이체 거래 등이 따로 신청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이전된다. 이에 각 은행들은 벌써부터 우대 혜택을 늘리는 등 주거래 고객 확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금융권 구조조정 올해도 이어지나
여러 가지 급격한 환경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앞 다퉈 살길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한 방문 영업시스템인 ‘태블릿 브랜치(Tablet Branch)’다.
앞서 하나은행이 2014년 2월 시중은행 최초로 ‘태블릿 브랜치’를 선보인 이래 외환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 등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찾아가는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점포수는 급감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 금융기관 점포수(해외 영업점 제외)’에 따르면, 일반은행 및 특수은행(농협·수협·기업·산업은행 신용사업 부문)의 국내 영업점은 2014년 말 기준으로 7433개로 집계됐다. 2013년과 비교 시 268곳이 줄었는데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점포수를 기록했다.
은행의 주업무인 입출금·자금이체·조회의 창구 활용도가 10%가량에 불과했고, 80~90%의 업무는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자동화기기(CD, ATM) 등 비대면 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은행권뿐만 아니다. 생명보험사의 점포도 2014년 말 기준 3683개로 1년 전 3951개 보다 268개가 감소했다.
저성장·저금리 장기추세로 금융권에서는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업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9만1273명으로 1년 전인 29만5669명보다 4396명이나 줄었다. 증권사의 경우 감소폭이 컸는데 임직원은 2014년 3만6561명으로 1년 전 4만245명과 비교시 9.2%(3684명)나 감원됐다.
최근 시중금리 하락과 유럽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증권가로 대거 유입되면서 모처럼 활황을 맞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돼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진행된 탓이다.
생명보험회사 임직원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의 인력 조정으로 인해 지난해 기준 2만8111명으로 전년 대비 7.5%(2269명) 감축됐다.
올해에도 금융권에 감원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놓고 노사가 협의를 꾀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지난달 노사 조율을 통해 총 직원수의 약 16%인 150명의 희망퇴직이 실시됐다.
노동계는 인력 감축에 있어서 노사간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CNB에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인력을 줄이는 작업을 사측에서 노사 협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까지는 핀테크가 은행분야 고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느냐고 보긴 어렵지만 활성화가 될 경우 아무래도 위협이 될 순 있다”며 “인터넷은행 등 비대면 채널 확대와 관련해 정책연구를 통한 대응방안을 마련, 금융당국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