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5.04.16 09:34:39
1%대의 사상 최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향하고 있다. 증권사 객장이 북적이고 전화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44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하는 등 증권시장에 활기가 넘친다. CNB가 달라진 분위기를 살폈다. (CNB=이성호 기자)
오갈데 없는 돈 유입…주가 고고씽
구조 조정 ‘주춤’…신규 인력 ‘영입’
전문가 “상승흐름 방해 요소 없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2228을 뛰어넘어 2250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침체돼 있던 증권주들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4일 21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15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월 6일 종가기준 1882에 불과했지만 지난 3월 17일 2000선을 탈환한 이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 10일 1300조원을 넘어 선 이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스닥 역시 오름세다. 지난 14일 장중 한때 200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690선을 밟았고 15일에는 전날보다 1.38%(9.47포인트) 오른 694.44로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등락범위를 2150~2250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안타증권·교보증권·대신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최고 2250까지 예상하고 있다.
거래대금 하루 10조원 웃돌아
이 같은 증시 활황의 동력으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미국 금리 인상 시점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갈 곳 없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 금리가 낮은 은행보다는 투자성향과 수익성이 큰 증권사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 되면서 국내 은행권의 수익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은 6조2000억원이다. 지난 2007년 15조원으로 호황이었던 시절에 비하면 절반수준이다.
올해에도 안심전환대출 등 전반적인 대출금리 인하 압박 요인 등이 작용해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적립·거치식 예금과 적금은 줄어들고, 이탈 가능성이 큰 유동자금인 요구불예금 등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4년 12월 국민은행의 예수금(요구불예금+각종 예·적금)은 232조367억원에서 올해 3월 말 36조901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적립식예금은 1246억원, 거치식예금(정기예금)은 약 2조원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예수금도 193조8797억원에서 196조3646억원으로 늘었지만 마찬가지로 거치식예금은 95조7971억원에서 95조6743억원으로 줄었다. 농협은행의 거치식예금은 3조1774억원, 하나은행의 저축성 예·적금도 5조5613억원 가량 각각 빠졌다.
외국인 큰손 한국증시 기웃
반면 증권업계는 몰려드는 자금으로 모처럼 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10조원 수준의 거래대금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없었기에 고무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원으로 2012년 9월 이후 최고치였다. 코스닥은 4.6조원으로 이 또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14일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 합계는 13조원 수준이었다. 고객예탁금은 19조원을 상회해 신용잔고 사상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고객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고나 주식을 판 뒤 인출하지 않은 대기자금을 말한다. 즉 예탁금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주식투자 수요가 커졌다는 의미다.
신한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신용공여 자금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늘어 3월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3.0조원, 코스닥시장 3.5조원으로 총 6.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개별 종목 장세가 연출됐고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도 경감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신용 거래 수요가 확대된 것. 그동안 신용공여 잔고가 6조원을 상회한 것은 2007년 여름과 2011년 상반기, 2015년 초 등 3번뿐이었다.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 참여하는 외국인 자금 유입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유가증권시장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4조7000억원이다. 이는 2012년 1분기 5조9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만 3조2000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증권주들도 들썩이고 있다. 증권업종지수는 지난해 12월 30일 1761.17을 기록하다가 새해 들어 서서히 올라 3월 17일 2000선에 안착하더니 4월 15일 2874.36을 찍었다.
이에 최근 교보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유안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한화투자증권, HMC투자증권, 한양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KTB증권, SK증권, 동부증권 등이 장중 52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증권사 앞다퉈 장밋빛 전망
미래 전망도 ‘장밋빛’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한국거래소(KRX)가 과거 평균 65개를 크게 상회하는 170개사를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고, 금융위원회도 조만간 코넥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유동성 확대 의지가 표명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메리츠는 “IPO(기업공개)주의 확대는 신규 투자처로서 부동자금을 흡수할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증권사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13년 0.3%, 2014년 4.1%였으나 올해 6.0%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수년간 힘겨운 구조조정을 감행한 이후 비용 효율화를 이룬 증권사들이 강세장의 훈풍을 만나 실적 개선의 결실을 맺는 중”이라며 “주요 사업부문의 흑자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올해 주식거래대금이 일기준 10조원을 상회할 만큼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ELS와 랩 어카운트 등 금융상품 판매가 급증해 ROE 상승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증권업계는 유례없는 1%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증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투자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을 기대할 수 있다”며 “수탁수수료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뿐만 아니라 시장 금리가 하락을 지속하며 증권사들의 채권 운용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채권 운용 규모가 큰 대형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일 CNB와 통화에서 “지난 1월부터 코스피지수가 매달 1% 이상 상승하고 있다”며 “이 같은 경우는 2012년 7월~9월에 한 차례 있었고 이후 처음이다”고 말했다. 중소형주가 급등하며 증시 참여자 모두가 즐거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지금의 상승흐름을 방해할 만한 요소가 현재까지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랠리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 연구원은 “1분기 실적시즌을 통해 이익 사이클이 상승추세로 가는 것을 확인하는 시점”이라며 “최근 중소형주 중심으로 주가를 이끌었다면 대형주 위주로 오름세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증권업 종사자수가 줄어드는 기간 및 감소한 폭으로 볼 때 2005년과 비슷했는데 이 당시 증권주가 급등했던 적이 있다”며 “증권주들은 구조조정 효과가 발효될 수 있는 시기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의 경우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며 거래대금 증가와 함께 업황이 저점을 확인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부연이다.
현재와 같이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하던 지난해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증권업계에는 구조조정이라는 광풍이 몰아친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이들이 600여명이 넘었다. 대신증권·삼성증권·현대증권 등에서도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업 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3만6561명이다. 2013년 4만252명보다 3684명(9.2%)이 줄었다. 지난 2011년 4만4055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매년 축소되고 있는데 지난 3년간 7494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증권가에 봄바람이 불면서 구조조정은 잠시 멈칫한 상태다. 경력직을 중심으로 작게나마 인원이 충원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대규모 고용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올해 불어온 ‘훈풍’이 채용 확대로 연결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