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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심전환대출, ‘안심’ 못 한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 접고 가계부실 장기 대책 마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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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4.09 14:10:24

안심전환대출이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덕에 연간 한도액인 20조원이 불과 나흘만에 동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5일간의 추가 신청 기간에 20조원이 투입됐으나 이 역시 순식간에 소진됐다. 3월24일부터 4월3일까지 불과 9일 만에 40조원 가까운 대출 갈아타기가 이뤄졌다.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하기 직전까지도 정책당국자들은 소비자 반응이 이렇게 폭발적일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제도 설계에 구멍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이 구멍을 십분 이용했다. 정부가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원래 안심전환대출은 대출기한 동안 변동 금리 이자만 내다가 만기가 되었을 때 원금 전액을 갚는 ‘일시상환대출(Variable-Rate Bullet Loan)’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원금과 함께 고정금리 이자를 처음부터 분할해 갚는 ‘분할상환대출(Fixd-Rate Amortizing Loan)’로 바꾸기 위해 추진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시점이라, 금리가 오를 경우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정부의 목표가 그랬다면, 신청자들의 대다수는 변동금리 또는 일시상환대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분석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신청자의 90%는 이미 기존에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갚고 있던 사람이다.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원금을 내지 않는 거치 기간 중에 있거나, 아니면 변동금리 분할상환대출(Variable-Rate Amortizing Loan)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안심전환대출의 주요 타깃이었던 ‘변동금리의 일시상환대출’을 갖고 있던 신청자는 10~15%에 불과했다. 

애초에 분할상환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더 싼 이자, 그것도 고정금리로 갈아탈 절호의 기회가 오자 얼씨구나 하고 부리나케 은행을 찾은 것. 이들은 다른 대출자들보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이들이다.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수가 불난 집은 제쳐두고 옆집에 물을 뿌려준 셈이다. 

부실위험이 더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은 애초에 배제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진단과 처방이 모두 낙제점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을 접고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기준금리 ‘1.75%시대’에도 여전히 20~30%대 고금리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 대부업·저축은행부터 손보길 바란다. 이들 중 안정된 상환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은 선별적으로 제1금융권에서 흡수해야 한다. 낮은 금리로 전환해줘 가계부채에 숨통이 트이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전환규모를 늘리더라도 은행들은 손해볼 게 없다. 제2금융권의 20%대 대출을 10%정도로만 낮춰져도 현재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4~5%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또 미국발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부실 위험이 높은 변동금리·일시상환대출자들을 가계 빚의 늪에서 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역모기지론의 확대, 부실이 예상되는 담보주택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선 처분한 뒤 기존 소유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 이런 정책들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책의지 부족으로 흐지부지 됐었다.  

다시 한번 이 방안들의 장단점을 보완해 시행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때다. 부동산 활성화라는 명목아래 지금처럼 온갖 규제를 다 풀고 대출을 확대한다면, ‘집값 떠받치기’ 정책이 언젠간 부메랑이 돼 서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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