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서식품 대장균군 검출과 관련된 재판 열기가 뜨겁다.
이 사건은 2014년 10월 동서식품이 ‘아몬드 후레이크’ 등 시리얼 제품을 만들면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을 정상제품에 다시 섞는 방법, 즉 재사용하다 발각되면서 비롯됐다.
이광복(62) 동서식품 대표이사 등 임직원 5명이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파장으로 국내 시리얼 시장 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이마트 매장의 시리얼 판매는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대비 -25.3%를 기록했다. 이후 11월에 -39.3%, 12월 -41.2%까지 추락세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 1월 -28.5%와 2월 -24%로 시리얼 판매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런 가운데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경실련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손해배상소송에는 동서의 시리얼을 구매한 11명의 소비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동서식품이 대장균군이 들어간 시리얼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해당 제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시리얼을 구매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다. 이들이 구입한 시리얼에 대장균군이 들어 있었다는 걸 입증할 방법이 없단 얘기다. 문제의 시리얼을 먹고 탈이 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약처는 지난해 동서식품 시리얼 제품들의 대장균군 적합 여부를 확인했다. 시리얼 18개 전품목에 대해 총 139건을 수거해 검사했는데, 그 결과 모든 완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
앞뒤 상황으로 볼 때, 이들 소비자가 입은 직접적인 피해를 규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재판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의 범위가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피해자들이 구입한 시리얼에서 건강에 해를 끼칠만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이 재사용된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건강 유해 여부를 차치하고 ‘정직하지 못한 제품’을 시장에 내놨고 소비자들이 이를 모른 채 구매했으므로 동서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식·음료 피해와 관련된 재판들은 대부분 인체유해성을 갖고 따졌다. 이번처럼 식약처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힌 제품에 대해 법원이 소비자피해 범위를 어디까지로 규정하느냐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의료적 판단이 아닌 소비자 선택권이기 때문이다.
식음료업계에서는 이와 비슷한 재판이 잇따를 수도 있기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의주시되고 있다. 이번 재판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인체에 무해하니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식의 논리가 허용 되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는 식품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구매할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 대해 법원이 어느 정도까지 손을 들어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