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이슈 중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2월 땅콩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출발하려던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은 ‘땅콩회항’, ‘땅콩리턴’ 사태로 불렸고 현재까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관련해서 이를 풍자하는 패러디물이 봇물 터지듯 만들어졌다. 카카오톡 오늘의 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괜찮아 달마과장’에는 총무부장으로 발령받은 한 여성이 “이 땅콩만한 게 썩 돌아가!”라고 외치며 사무실 직원을 혼내는 모습이 조 전 부사장을 연상시켰고, 최고의 승무원이 돼보자고 풍자하는 게임 ‘승무원 타이쿤’이 등장하기도 했다.
공연계까지 이 영향이 끼쳤다. 공연 제작사 환엔터테인먼트는 ‘비뇨기과 미쓰리’ 연극이 끝난 뒤 땅콩리턴을 풍자하는 ‘땅콩 알몸 퍼포먼스’를 18일까지 선보였다.
당시 제작사는 “성인 연극을 하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방법이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개하는 상황이나 사건이 날 때마다 알몸 퍼포먼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할 것”이라며 “이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갑질 횡포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유를 들어보면 그럴 듯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성인 연극을 선보이고 있는 이 제작사는 이전에도 ‘독도 알몸 퍼포먼스’, ‘아베신사 참배 반대 알몸 퍼포먼스’, ‘유병언 잡기 알몸 퍼포먼스’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있을 때 관련해서 알몸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자연스레 노이즈 마케팅 식으로 공연 홍보 효과를 아예 보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알몸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다른 방법의 표현수단은 관심도 주지 않는다”는 제작사의 항변처럼 보다 자극적인 요소에 관심을 쏟는 세태도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과연 순수하게 한 사태를 풍자하고자 하는지, 논란에 힘입어 홍보 효과를 누리고자 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공연 뿐 아니라 각종 마켓에서도 ‘비행기까지 돌려세운 이 맛’ 등의 식으로 땅콩리턴 사태를 광고 마케팅에 사용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었고 현재도 그렇다. 이와 같이 상업적으로 성격과 방향을 바꾼 경우, 본래 사태의 문제는 뒷전으로 사라지는 듯해 아쉬울 따름이다.
건전한 풍자와 패러디는 쓴웃음과 동시에 사태의 문제점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그 목적이 본질에서 벗어나 상업적으로 변질돼 본래의 취지를 잊고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일이 가급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