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안무와 노래가 한국 배우들의 연기와 만나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는 연극 '햄릿_아바따'가 올라가고 있다. '햄릿_아바따'는 인도 안무가 '아스타드데부'와 인도 가수 '파르바띠바울' 그리고 임형택 연출가의 공동작업으로, 윌리엄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인도의 신화와 결부시켰다.
'햄릿'은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르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자칫하면 타공연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묻힐 수도 있다. 이에 임형택 연출 또한 공감하며 "햄릿은 정말 많은 형태로 공연됐고, 다양한 해석이 있어서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고충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햄릿_아바따'는 인도 예술과 만나 고전작품의 한계와 식상함을 뛰어넘는다. 일단 독특한 인도 노래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눈길을 끈다. 24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전막 시연이 진행됐는데, 진지해지려는 순간에 배우들은 갑자기 경쾌한 춤과 노래를 부르는데 그 독특한 리듬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인도 현대무용가 아스타드데부는 이번 공연에서 안무가와 배우로 출연해 인도의 전통춤인 '카탁'과 전통극인 '카타칼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춤을 개척한 작업을 보여준다. 2005년 유네스코에 의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파르바띠바울은 순수 전통방식으로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채운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의 예술가들과 함께 전통극, 음악, 춤을 처음 접해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음악 바울과 닮은 점들을 발견해 매우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의 음악과 이국적인 인도의 느낌을 살린 '햄릿_아바따'는 공연 내내 신비로운 분위기가 무대를 감돈다.
공연 제목에 들어있는 '아바따'는 인도에서는 신의 총체를 의미하지만, 현대에서는 온라인 게임의 특정 역할을 담당하는 캐릭터를 총칭하는 의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신의 자아가 아닌 아바따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불안감을 해소하기도 한다. '햄릿_아바따'는 이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임형택 연출은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에게 '햄릿'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극이 출발한다"며 "극 속 등장 인물에게 우리 삶의 자아를 투영하고 스스로 존재 이유와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했다. 이를 인도의 철학과 정신문화를 통해 승화시키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임 연출의 설명처럼 '햄릿_아바따'는 자신의 상상력 속에 존재하는 아바따를 직면하면서 때로는 대면하고 싶지 않은 회환과 상처, 고통 등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마주함으로써 그 실체를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한편 연극 '햄릿_아바따'는 다음달 2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