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본이 승자의 시선을 기준으로 아시아 각국의 역사를 해석하고 그것을 박물관에 담아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박물관·미술관이 수집한 문화재 1600여 건을 소장하고 있다.
'동양을 수집하다'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이들 문화재가 어떤 맥락에서 수집되고, 또 어떤 의도에서 전시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우리에게 제시되었던 아시아의 모습을 돌아본다.
‘동양’은 일반적으로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 전역을 가리키는 이 말이 근대 일본의 산물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양이란 말이 13세기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뜻은 중국의 무역항 광저우를 기준으로 동쪽의 바다를 의미했다. 그리고 여전히 중국에서는 그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일본에서였다.
당시 일본은 유럽 열강을 ‘서양(西洋)’으로 통칭했고 그것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동양’을 제시했다. 일본은 ‘동양’을 통해 자신들의 전통이 서구의 그것과 동일한 위치에 자리매김 되기를 원했다.
아울러 ‘동양’ 개념 속에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권위를 해체하고 자신들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동양’은 근대 일본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만든 단어다.
전시는 제1부 '동아시아의 고대: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중국 베이징(北京), 만주, 일본 규슈(九州) 등에서 수집한 문화재를 전시한다.
제2부 '서역 미술: 조선총독부박물관 경복궁 수정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아시아 소장품에 담겨있는 역사를 소개한다.
제3부 '불교조각: 이왕가박물관 창경궁 명정전'에서는 이왕가박물관에서 수집한 중국불교조각을 살펴본다. 제4부 '일본근대미술: 이왕가미술관 덕수궁 석조전'에서는 이왕가미술관에서 수집하고 전시했던 일본근대미술을 통해 그것이 갖는 의미를 돌아본다.
한편 전시에 출품된 문화재 및 참고자료를 포함하여 148매의 도판이 수록된 이번 전시도록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및 공공누리를 통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준비된다.
또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11월 14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한국, 일본, 구미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전시는 2015년 1월 11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