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인간에 대한 실존적 고민을 그려냈던 서양화가 오원배(61) 동국대 교수가 10월 23일부터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순간의 영속: 그리기의 위대한 노역' 오원배의 프레스코 전의 막을 올리면서 전시의 배경을 풀어놓았다.
그가 전시장에 걸어놓은 화사한 느낌의 다양한 색채로 만들어진 28점의 그림은 여느 페인팅과 달리 30여 년 전 프랑스 유학시절 배운 정통 기법으로 만들어진 프레스코 작업이다.
"벽화를 프레스코라 부르는데, 아니다. 프레스코는 석회의 수산화칼슘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만나 탄산칼슘으로 화학적 반응을 하는 것이다. 이 화학 작용을 이용한 작업이 정통 프레스코다"
프레스코 작업을 하기 전에 준비 과정이 까다롭다고 말하는 오 작가는"석회가 마르기까지 시간 제약이 있다. 마른 상태에서 그리면 프레스코가 아니라 건식 프레스코인 세코가 되어 버린다. 젖어있는 상태에서 마르기까지 20시간가량 걸리는데, 작업을 시작하면 밥 먹는 일조차 하지 못하고 집중해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고된 노동의 강도를 설명했다.
작업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다 보니 화가들이 멀리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학에서 제자에게 '프레스코 체질인 것 같은데 한번 해볼 생각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 요즘 학생들은 어려운 작업과정을 싫어한다."며 최근 미술흐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파리 생활 당시 몽마르트 언덕의 호텔방 창문을 통해 바라본 가지각색의 지붕과 굴뚝의 형상들이 가득하다.
한 화면에 보이는 대상은 모두 동일시점의 원근법으로 그려졌는데, 단순하게 벽처럼 그려낸 창문과 중세 분위기의 건축물을 재현하는 표현방식은 부드러우면서도 발색이 강한 색채와 더불어 작품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이번 아트사이드 전시는 한층 풍요로워진 작품의 조형미와 함께 양식적 변화 그리고 형태 분석에 대한 사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지붕과 굴뚝의 재현방식에서 지난 작업들에 자주 등장하던 배경과 구조물의 기원을 찾아 볼 수 잇는데, 이는 수 년 동안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해온 공간에 대한 해석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시는 11월 19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