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송된 한 휴대폰 판매자의 불법보조금 영업 문자메시지(사진: 정의식 기자)
지난 주말 전라북도 전주에 거주하는 회사원 L모씨(46세)는 지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단통법 기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과감하게 스마트폰을 바꿨다.
L씨는 이통사가 공시한 지원금 15만원에 판매자가 추가로 지원한 35만원을 합해 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단통법 시행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L씨는 “앞으로 이 정도 가격에 최신 폰을 구입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판매자는 단통법 위반을 각오하고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지난 2주간 손님의 씨가 말랐다. 폰이 전혀 안팔리니 궁여지책을 강구하게 됐다”며 “적발을 피하기 위해 친척·지인 등 극히 한정된 인맥에게만 이 조건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D모씨(45세)는 불법보조금 영업을 시사하는 은밀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문자에는 갤럭시 노트4, G3 Cat.6 등 최신 스마트폰을 5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다며 매장에 방문해달라는 당부가 적혀있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 휴대폰 판매자들이 운영하던 카페·밴드 등에서 유포되던 문자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일부 휴대폰 매장들이 단통법에 위배되는 불법보조금 영업을 암암리에 재개하고 있다.
단통법 규정에 따르면 판매자가 이통사가 공시한 지원금의 15%를 초과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긴급중지명령·시정명령·과징금·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과태료는 대리점·판매점의 경우 최대 1000만원, 대형유통점은 최대 5000만원에 달한다.
강력한 제재조항에도 불구하고 불법보조금이 다시 등장한 것은 대부분의 휴대폰 매장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고 폐업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CNB와 통화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아직 불법 사례는 극히 일부인 것으로 체크하고 있다”며 “대책을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밝혔다.
단통법 이전과 동일한 ‘리베이트’가 문제?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불법보조금이 다시 등장한 것과 관련해 ‘리베이트’ 문제를 지적했다.
‘리베이트(판매장려금)’는 이통사가 판매자에게 단말기 판매가 일어날 때마다 지급하는 금액인데,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대폭 줄었음에도 리베이트는 줄지 않고 그대로라는 것이다.
단통법 시행 이전이나 지금이나 판매자가 최신 스마트폰에 50만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려면 이통사에게 그 이상의 리베이트를 지급받아야 가능하다. 판매자는 자신이 받을 리베이트 중 상당부분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저렴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게 했었다.
현재는 공시 지원금 규모의 보조금만 지급해야 하므로, 소비자가 공시에 따른 지원금만 받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판매자들은 과거와 달리 리베이트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나눠주지 않고 독식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이익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공시 지원금 조건으로는 구입을 꺼려하다보니 결국 판매자들이 과거처럼 리베이트를 소비자와 나누는 방식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단통법 시행에 맞춰 보조금이 줄어든 것처럼 리베이트도 줄였더라면 판매자들은 불법보조금 정책을 시행할 선택권 자체가 없었을 것이나, 리베이트 규모는 단통법 이전이나 이후나 동일한 수준이다.
CNB와 통화한 이통사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줄어들지 않은 이유에 대해 “리베이트는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결정된 금액이고, 단통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