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 담긴 조형의 아름다움을 아우름으로 빚어낸 서예가 여태명 교수가 '민체(民體)'를 통해서 우리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 교수가 한국미술상 수상기념 전시회 '문자가 내게 다가왔다'를 타이틀로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 시인들의 시구를 이용해 글씨가 그림으로 그려지는 작품 46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현역 대표 시인 김남조, 신경림, 이근배, 신달자, 정호승, 안도현, 김후란, 허영자, 유안진, 김용택, 도종환 등 11명의 대표적인 시를 그만의 필체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시에 담긴 감성과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대상을 바라보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세심한 관찰을 해야 합니다. 글자에 모습을 담으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글이 표현하고 있는 뜻을 글자로 나타내는 것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역사의 서예가 중 으뜸으로 평가받는 추사 김정희가 거센 중화의 바람 속에서도 우리의 것으로 또렷한 독창적인 서체를 일구어 낸 사실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태명의 글씨와 그림은 그 근본이 같다는 옛 화론의 논란을 넘어서 먹과 붓을 사용한 동양문화의 가장 승화된 예술이 글과 그림의 어울림에서 이루어진다는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정신인 한글에 담긴 무한한 의성과 의태의 장점을 깊숙하게 꿰뚫어 부대끼고 흔들려온 민초의 감성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통해 그림이 글씨와의 단순한 조화가 아닌 그림이 글씨로 쓰이고 그림으로 그려진 아우름으로 빛나는 모습을 드러낸다.
CNB=왕진오 기자